두 차례의 전시회를 통해 백만이 넘는 관객들에게 즐거운 미소와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던 이승은·허헌선 부부가 '엄마 어렸을 적엔···'(작품전)을 책으로 담았다. 이를 위해 권대웅 시인이 글을 쓰고
<티벳 속으로>의 여동완 씨가 사진을 담당했다.
여러 각도에서 인형의 생김새를 담아낸 사진이라든가, 그때 그때의 상황에 맞게 구성된 추억 속의 이야기, 글 끝머리에 간간히 붙어있는 재미난 동시는 보는 즐거움에 읽는 즐거움까지 배가시켜 2000년과 1960년대의 시간적 거리를 눈 앞으로 바짝 끌어당긴다. 지난 1월 21일로 전시회가 끝나 실물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인형들은 여전히 갖가지의 포즈와 표정으로 읽는이의 눈을 가득 채워준다.
가만가만 조용히 써내려 간 글은 정감있는 당시의 풍경을 되살리면서 '아~! 그땐 그랬었지...'라는 속삭임을 이끌어내고, 둥글둥글한 얼굴형의 인형들은 어린시절의 나날로 되돌아가고 싶도록 만든다. 가난하고 고단했지만 오글오글 함께 생활했던 단방칸의 그 단란함이며 밤 늦도록 바느질감을 옆에 끼고 등이 굽도록 일하셨던 어머니와 딸그락 거리는 양은 도시락을 서류봉투 안에 넣고 퇴근하시던 아버지의 모습...
비록 가난했지만 희망과 낭만이 있었던 1960-70년대가 샘터에 물 고이듯이 머리와 가슴으로 졸졸졸 고여드는 것이다. 새삼스레 웬 옛날 이야기냐고, 세대 차이나서 더 이상은 대화가 안 된다는 아이들을 둔 부모라면 온식구와 함께 읽어볼 만하다. 아마도 작품 속 공간과 같은 시간을 살았던 세대들에게는 가슴 가득 넘쳐나는 그리움을 선사할 것이고, 이제 막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아이들에게는 그동안 막혔던 말문을 터 줄 좋은 기회를 제공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