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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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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문학청년' 김훈이 연필로 꾹꾹 눌러 새긴 저 풍경의 안쪽들. 김훈 특유의 강렬한 문체로 여정을 기록한 <자전거 여행>은 우리 산문의 한 정점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봄까지 '풍륜'(바람바퀴)이라 이름한 자신의 자전거 하나에 의지하여 태백산맥, 소백산맥 그리고 반도 끝 구석구석을 순례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산골마을에서 바닷가의 남루한 작은 마을에 이르기까지, 퇴계나 충무공 같은 위인들에서부터 이름없는 오지의 촌로들과 분교의 아이들까지, 자신의 두 바퀴에 담아온 이 땅의 풍경들을 핍진한 언어로 되살려냈다.

그 후속편인 <자전거 여행 2>는 작가 특유의 깊고 아름다운 시선과 문체로 풀어낸 새로운 여행기이다. 김훈과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 온 사진가 이강빈의 아름다운 작품이 자전거 여행의 서정을 돋보이게 하며, 해당 여행지의 위치를 알아볼 수 있는 권역별 지도를 함께 수록했다.

<자전거 여행 2>에서 김훈이 밟은 땅은 경기도 지역. 일몰하는 조강의 강가에서 분단 조국을 묵상하고, 드넓은 김포 평야에서 자연의 흐름과 인간에게 절실한 것들을 깨닫는다. 웅어의 천국이었던 전류리 포구를 아쉬워하고, 일산 신도시에서는 러브호텔의 익명성을 생각하며 쓴웃음 짓는다.

바다의 속살이 말라가는 서해안 갯벌, 저절로 왕도의 꿈을 이루고 있는 광릉 숲, 정답고 상서로운 가평 산골 마을과 내면의 풍경이 전시된 광주 얼굴박물관... 농도짙고 유려한 미문으로 김훈은 우리 땅에 새겨진 역사와 한글의 아름다운 풍경을 펼쳐나간다.

정끝별 (시인, 이화여대 교수)
: '밥벌이'의 가파름에서부터 '문장'을 향한 열망까지를 넘나드는 '처사(處士) 김훈'의 언(言)과 변(辯)은 차라리 강(講)이고 계(誡)이다. 산하 굽이굽이에 틀어앉은 만물을 몸 안쪽으로 끌어당겨 설(說)과 학(學)으로 세우곤 하는 그의 사유와 언어는 생태학과 지리학과 역사학과 인류학과 종교학을 종(縱)하고 횡(橫)한다. 가히 엄결하고 섬세한 인문주의의 정수라 할 만하다. 진정 높은 것들은 높은 것들 속에서 나오게 마련인가 보다.
박웅현 (TBWA KOREA CCO, 『여덟 단어』 저자)
: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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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2022년 동리문학상, 2013년 가톨릭문학상, 2007년 대산문학상, 2005년 황순원문학상, 2004년 이상문학상, 2001년 동인문학상
최근작 :<허송세월>,<언니의 폐경 姐姐的绝经期 Menopaŭzo de la Fratino>,<달 너머로 달리는 말 (리커버 에디션)> … 총 145종 (모두보기)
소개 :
최근작 : … 총 16종 (모두보기)
소개 :1958년 덕적도 출생.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주부생활』 『TV저널』 등의 사진작가를 거쳐 프리랜서로 활동중.

김훈 (지은이)의 말
벗들아, 과학과 현실의 이름을 들먹여가며 가엾은 수사학을 조롱하지 말아다오. 나는 마침내 내 자신의 생명만으로 자족할 수 없고, 생명과 더불어 아늑하지 못하다. 그리고 이 부자유만이 나의 과학이고 현실이다. 나는 나의 부자유로써 나의 생명을 증거할 것이다.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만경강 저녁 갯벌과 거기에 내려앉는 도요새들의 이야기를 쓰던 새벽 여관방에서 나는 한 자루의 연필과 더불어,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의 절벽 앞에서 몸을 떨었다. 어두워지는 갯벌 너머에서 생명은 풍문이거나 환영이었고 나는 그 어두운 갯벌에 교두보를 박을 수 없었다. 나는 아무 것도 만질 수 없었다. 아무 곳에도 닿을 수 없는 내 몸이 갯벌의 이쪽에 주저앉아 있었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으로 끌고 다닌 내 자전거의 이름은 풍륜(風輪)이다 .가을의 마지막 빛 속에서 풍륜은 태백산맥을 넘었다. 눈 덮인 소백, 노령, 차령산맥들과 수많은 고개를 넘어서 풍륜은 봄의 남쪽 해안선에 당도하였다. 거기에 원색의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제 풍륜은 늙고 병든 말처럼 다 망가졌다.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 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갈 수 없는 모든 길 앞에서 새 바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아무것도 만질 수 없다 하더라도 목숨은 기어코 감미로울 것이다, 라고 나는 써야 하는가. 사랑이여, 이 문장은 그대가 써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