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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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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학년 동화’ 스물여섯 번째 책이자, ‘세계의 숨은 걸작’ 시리즈 두 번째 책. 체코 프라하 뒷골목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을 통해, 정의와 평등, 부자의 윤리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같은 ‘묵직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가난한 이들의 고통에 눈감지 말라’는 윤리적 가치를 열세 살 프란티크의 행동을 통해 담담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프라하 빈민가 출신으로,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새아버지와 갈등을 빚으며 어렵게 성장한 작가 르제자치의 유년 시절 경험은,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하는 동시에 인물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 대장간 골목 사람들 모두의 역사와 이야기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게 한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사람들은 보찬 씨네 식료품 가게에서 외상으로 물건을 사게 된다. 하지만 가게 주인이 외상값을 적어 두는 녹색 장부에는 빚을 진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아는 ‘비밀’이 숨어 있다. 보찬 씨가 실제 외상값보다 더 많은 금액을 장부에 적어 놓는 것이다. 대단한 부자인데도 다른 사람들의 사정에는 아랑곳없이 수전노 행세를 하는 데다 가난한 사람들을 속여 돈까지 뺏는 보찬 씨의 모습에, 보찬 씨네 가게에서 배달을 하며 용돈을 벌던 열세 살 프란티크는 외상값이 적힌 녹색 장부를 없애기로 결심하는데…. 실체가 드러난 녹색 장부 6 : 바츨라프 제자치의 《대장간 골목》은 출간된 뒤 수십 년 동안 체코 아이들의 필독서였습니다.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의 하층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쓰인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평등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무거울 법한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고 발랄하게 펼쳐지지요. 이것이 바로 《대장간 골목》이 체코 최고의 어린이문학 베스트셀러로 사랑 받아 온 이유일 것입니다. : 요즘 초등학생들은 모두 똑같은 점심급식을 먹는다. 불과 20여년 전만해도 점심은 집에서 싸온 도시락이었다. 그런데 도시락은 참 솔직했다. 집안 형편을 다 말해 줬으니까. 그로 인해 가난한 아이들은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가난이 아이들 잘못이 아닌데도. 그렇다고 부모들만의 잘못도 아니었다. 대부분 가난은 개인의 잘못보다는 다른 요인들이 더 크다. 사회가 불공평하다든지, 부자들의 탐욕 때문이라든지. 그런데도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곤 한다. 이 책의 작가는 체코 프라하의 빈민가 출신이다. 가난한 이들의 실정과 사회의 불합리를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래서 아직 순수한 열세 살 소년 프란티크을 통해 가난한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며, 또 정의롭지 못한 일을 보면 분노해야 하고, 바로 잡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보다 정의로운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프란티크는 빈민촌인 체코 프라하 뒷골목에서 외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그곳의 유일한 부자는 식료품가게 주인인 보찬씨다. 하지만 그는 이웃의 가난한 형편을 악용, 녹색장부에 외상값을 올려 적어 자신의 부만 늘린다. 어느 날 그것을 알게 된 프란티크는 울분을 느끼고, 이웃을 위해 녹색장부를 훔치려 계획한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훔쳐낸 녹색장부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사건은 자꾸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프란티크와 보찬씨는 나름대로 추리를 해가면서 녹색장부의 행방을 찾으려 애쓴다. 결국 보찬씨의 악행은 밝혀지고 마을에서 추방된다. 그 뒤에도 대장간 골목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좀 더 평등하고 정의가 살아있는-가난은 불편할 뿐 가난이 억울하지 않는-마을이 되었다. 사회 정의에 대해 말하는 이 책의 주제는 무겁다. 하지만 프란티크가 벌인 사건은 탐정수사물 기법을 이용해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게 그려졌다. 재미있게 읽으며 사회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어린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동아일보 2012년 11월 17일자 어린이 책 - 한겨레 신문 2012년 11월 23일자 - 동아일보 2013년 1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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