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는 내 친구 89권. 마음의 허기와 정서적 결핍을 물질적 소비로 채우는 개인, 그들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사회, 양쪽 모두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발칙한 판타지 동화이다. 소비사회의 거대한 쳇바퀴, 그 악순환의 고리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물질적 소비로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하는 오늘날 우리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간결하고 현실적이며 담백한 문장으로 쭉쭉 뻗어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판타지와 일상생활의 경계는 자로 잰 듯 분명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홈쇼핑에서 아이가 엄마를, 다시 엄마가 아이를 판매한다는 다소 파격적일 수도 있는 설정에서 시작하지만 그 끝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로움과 고립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가족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같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거리들만이 한가득 남는다.
현실을 뜨끔하게 고발하지만 그 안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담은 따뜻한 결말로 ‘나’와 ‘너’와 ’우리’에게 내일의 희망을 건네는 작품이다. 두 사람이 홈쇼핑 세계에서 빠져나오고 얼굴을 마주 보며 쌓였던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너무 쉽게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 ‘관계’와 ‘소통’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지 알 수 있다.
우리 엄마 좀 말려 줘요!
어떻게 마음이 변하니
내 맘도 모르고
아무리 먹어도 배고파
쇼핑호스트는 마법사
엄마를 팔았어요
내가 텔레비전에 나왔어요
그건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