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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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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AKIRA 한국어판 출간에 있어 세미콜론 편집부는 저자인 오토모 가쓰히로 및 고단샤와 어떤 판본을 번역의 기준으로 삼을지 깊이 논의했고, 저자의 뜻에 따라 국제적으로 AKIRA의 표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고단샤 코믹스 페이퍼백 판을 원본으로 사용했다. 단, 대사 번역은 전문 번역가인 김완이 KC DELUXE 판을 중심으로 번역을 하고 여러 판본을 두루 살펴 보완함으로써 완성도를 높였다.
이 판본은 1980년대 후반 애니메이션의 인기 폭등과 함께 미국 스태프의 채색을 통해 컬러판으로 출간된 국제판 AKIRA(America Marvel (Epic) Comics, 전12권)와 달리 오토모의 창작 스튜디오인 MASH.ROOM의 스태프가 직접 세부적인 설정을 조정하고, 좌우 반전된 원고를 수정하고, 효과음을 영문화하고, KC DELUXE 판 출간 당시의 흑백 인쇄와 판형을 재현한 판본으로 21세기 독자를 위한 국제판 AKIRA의 표준 판본이자 정본(定本)이라고 할 수 있다. : 스무 살 때 받은 충격의 여진이 아직 고스란히 살아 있는 만화. 너무 재미있어 속상하게 하고, 정말 감동적이어서 마음을 뒤흔드는 작품들 사이에서 아키라는 언제나 조용히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섣부른 흥분이나 얕은 뜨거움을 물리고 작가가 채웠을 하루하루를 무겁게 체험시킨다. 아키라는 화석에서 불려나와 현재를 살고있는 고전이다. : AKIRA는 최고의 교과서이면서도 절대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산같은 만화다. 처음 아키라 해적판 단행본이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그림 한 귀퉁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흥분했고, 다른 모든 만화들이 시시해졌다. : 페이지마다 칸마다 투여된 작가의 엄청난 노동량이 보는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쉬어가는 장면 따윈 없다. 그래도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 작가의 그 집요함은 바로 낙관주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말이다. 쉽게 포기하고 나가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악착같고 끈질기다는 소리다. 암, 그래야 하고 말고. 인류의 미래가 통째로 걸린 일인데! : 일본 만화는 AKIRA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나뉜다. 소년 아키라가 네오도쿄를 붕괴시킨 것처럼, 오토모 가쓰히로는 만화에 대한 관념을 산산조각 내 버렸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만화였고, 영화는 21세기에 와서야 그 앵글을 겨우 따라잡았다. 물론 많은 빚을 지고 난 뒤다. : 디스토피아를 다룬 수많은 SF 작품들 가운데, 1988년 이후 AKIRA의 자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AKIRA는 이 방면의 영원한 레퍼런스다. 나는 아직도 종종 꿈 속에서 가네다의 오토바이를 타고 아무도 없는 도로 위를 달린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3년 7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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