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로점] 서가 단면도
|
이 책은 제목처럼 '이기적 유전자'론의 대척점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리처드 도킨스가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 '<이기적 유전자>의 인간을 위한 제2권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이어야 한다'고 말했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기적 유전자'에 정면으로 반박하기 보다는, 그것에 생략되어 있는 '이기적 유전자'를 지닌 인간이란 종(種)이 갖는 이타적 본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인간은 이기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만큼이나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적으로 협동하고 타인으로부터 신뢰를 얻고자 하는 본능을 타고 났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특성이 오늘날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곳곳에 널리 퍼져 번성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트 리들리는 철학과 역사, 인류학과 생물학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으로 이기적 인간이 어떻게 이타성, 사회성, 상호부조와 같은 덕목을 지닐 수 있는지, 또한 이러한 특성이 인간의 문명과 진보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얼마전 출간된 <게놈>(김영사)으로 과학저술가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매트 리들리는 <게놈>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유전자 결정론'과 '문화(환경) 결정론'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이기적 본성도, 이타적 본성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어떻게 발현시킬 것인가이다'라는 핵심. 한정된 독자를 위한 전문서라기 보다는 자연과학과 인문학에 두루 관심있는 독자를 위한 교양서에 가깝다. 특히나 리처드 도킨스 이후 널리 퍼진 유전자 결정론적 입장에 혼란을 느꼈던 분들, 아직 세상은 아름답고 인간은 선한 존재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분들이 환영할 법한 합리적인 근거들을 제시해 줄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