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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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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청년 작가' 박범신이 <침묵의 집> 이후 사 년만에 새 장편소설을 냈다.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후 삼십년 째 되는 해, 자신의 문학작품을 정리하는 일환이다. 예인(藝人)이라 불리고 싶은 작가 자신이자 한 순수한 영혼의 성장기인 이야기는 어느 날 새벽으로부터 시작한다.
"새벽이다. 무엇이 그리운지 알지 못하면서, 그러나 무엇인가 지독하게 그리워서 나날이 흐릿하게 흘러가던, 그런 날의 어느 새벽이었을 것이다." 지은이의 새벽이자 우리 젊은날의 새벽이었던 그 때. 쉰여섯살의 나는 열여섯에서 스무살까지의 '나'인 '그'에 대해, 그리고 현재의 '나'에 대해 서술하는 형식으로 소설을 이끌어간다. 늘 냉소적이고 어두웠던, 회의하고 고민하고 방황했던 '그'의 모습이 깔려있지만 그 시절에 대한 감상은 최대한 절제한다. 냉정하고 날선 객관성. 두세 페이지에 걸치는 짧은 단장들이 가슴에 아리게 닿는 건 그 단단한 칼집 속에 숨어서도 보여지는 한없이 여린 감수성 때문이다. 요추골다공증, 어머니, 대학, 열아홉 살, 장마, 라일락꽃, 관뚜껑 같은 각 단장의 소제목들은 박범신 문학의 삼십년을 고스란히 말해 주는지도 모른다. 죽는 그 날까지 현역 작가로 남길 원한다는 작가 박범신. 설령 그의 작품이 '요즘의 그것'과는 다른 감각을 지니고 있더라도 문학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글에 존재하는 울림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 1. 열여섯 살의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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