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시인의 짧은시 185편을 묶었다. 이번 시집에는 순간순간의 무궁 속에서 시인이 맛본 감응과 깨달음이 선(禪)과 시(詩)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타고 터져나온다. 시편들은 마치 '순간의 꽃' 전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꽃송이나 된다는 듯이 별도의 제목도 없이 넌줄넌줄 이어섰다.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파리 한 마리, 눈송이 등 그가 보는 모든 것은 삶을 통찰하는 기로에 놓여있다. 이들을 통해 시인은 전체를 꿰뚫어 보고 삶의 진정성을 아우른다.
이 작은 시편들은 시인생활 47년을 되돌아보면서 새로 쓰기 시작한 것으로 수행과 다를 바 없는 시작(詩作)이었다. 그 새로운 시작을 마치고 나자 고은 시인은 "이제까지 건너가는 사막마다 그래도 척박한 행로 중에 오아시스는 있어주었다"고 회상하며 "오늘도 내일도 나는 시의 길을 아득히 간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첫문장
오늘도 누구의 이야기로 하루를 보냈다
돌아오는 길
나무들이 나를 보고 있다
박웅현 (TBWA KOREA CCO, 『여덟 단어』 저자) : 고은의 낭만에 취하다
수상 :2015년 심훈문학대상, 2014년 공초문학상, 2014년 스트루가 황금화환상, 2008년 대한민국 예술원상, 2007년 영랑시문학상, 2004년 단재문학상, 1999년 현대불교문학상, 1993년 대산문학상, 1989년 만해문학상, 1974년 한국문학작가상 최근작 :<무의 노래> ,<어느 날> ,<시요일 스페셜 (시요일 APP 1년 이용권 + 특별 한정판 시집 5종)> … 총 199종 (모두보기) 소개 :1933년 8월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18세의 나이에 출가하여 수도생활을 하던 중 1958년 『현대시』『현대문학』 등에 추천되어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첫 시집 『피안감성』(1960)을 펴낸 이래 고도의 예술적 긴장과 열정으로 작품세계의 변모와 성숙을 거듭해왔다. 연작시편 『만인보』(전30권), 서사시 『백두산』(전7권), 『고은 시전집』(전2권), 『고은 전집』(전38권), 『무제 시편』, 『초혼』을 비롯해 160여권의 저서를 간행했고, 1989년 이래 영미ㆍ독일ㆍ프랑스ㆍ스웨덴을 포함한 약 20여개 국어로 시집ㆍ시선집이 번역되어 세계 언론과 독자의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만해문학상 대산문학상 중앙문화대상 한국문학작가상 단재상 유심작품상 대한민국예술원상 오상순문학상 등과 스웨덴 시카다상, 캐나다 그리핀공로상, 마케도니아 국제 시축제 ‘황금화관상’ 등을 수상했으며, 세계시단의 주요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의장, 버클리대 한국학과 방문교수, 하버드 옌칭연구소 특별연구교수 등을 역임했다.
현재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 이사장이며, 서울대 초빙교수 및 단국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로 쓴 한민족의 호적부’라 일컬어지는 연작시편 『만인보』는 시인이 1980년 신군부에 의해 남한산성 육군교도소 특별감방에서 수감되었을 때 구상한 것이다. 1986년 1권을 출간한 이래 25년 만인 2010년, 전30권(총 4,001편)으로 완간된 『만인보』는 한국문학사뿐만 아니라 세계문학사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념비적인 역작이다. 2012년 10월, 55년간 써온 작품들 중 240편을 모은 대표 시선집 『마치 잔칫날처럼』을 출간했다.
문학동네
최근작 :<[북토크] 심윤경 <위대한 그의 빛> 북토크> ,<앨리스, 앨리스> ,<총몽 화성전기 10> 등 총 4,333종
대표분야 :일본소설 1위 (브랜드 지수 1,472,314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1위 (브랜드 지수 4,712,856점), 에세이 1위 (브랜드 지수 2,219,141점)
고은 시인의 짧은 시 185편을 묶은 신작 시집 『순간의 꽃』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제목처럼, 이번 시집에는 순간순간의 무궁 속에서 시인이 맛본 감응과 깨달음이 선(禪)과 시(詩)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타고 터져나온다.
시편들은 마치 '순간의 꽃' 전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꽃송이와도 같아 별도의 제목도 붙어 있지 않다.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파리 한 마리, 눈송이 등등 매순간의 삼라만상에서 시인은 전체에 대한 직관과 통찰을 드러내며 삶의 무궁한 비의와 마주선다. 굳이 선시집(禪詩集)이라고 하지 않고 '작은
시편'이라는 이름을 붙인 데서도 드러나듯, 시인은 선(禪)에 의한 시의 무화(無化)를 스스로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그러나 거침없이 순간의 꽃들을 터뜨리고 있다.
"해가 진다 / 내 소원 하나 / 살찐 보름달 아래 늑대 되리"
서시와도 같은 역할을 하는 위의 짧은 시에는 다듬고 치장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원시언어로 다시 귀환하고자 하는 시인의 바람이 녹아 있다. 이렇게 첫 장을 장식한 이 시집의 언어는 시인 이문재씨의
지적처럼 "현실과의 시차가 거의 없다. 말해지는 순간 세계가 나타나고, 보는 순간 단박에 언어가 들러붙는 경지"에까지 이르고 있다.
"4월 30일 / 저 서운산 연둣빛 좀 보아라 // 이런 날 / 무슨 사랑이겠는가 / 무슨 미움이겠는가"
"두 거지가 / 얻은 밥 나눠먹고 있다 // 초승달 힘차게 빛나고 있다"
시인의 눈에 주변의 모든 사물이나 현상은 예사롭지가 않다. 한 송이의 꽃이 피는 그 잠시잠깐의 시간에도, 슬몃 부는 바람과 같이 미세한 움직임에도 시인의 언어는 극도로 예민해진다.
시인은 시집 뒤에 붙인 시인이 쓰는 시 이야기에서 "혹시 나에게는 시무(詩巫)가 있어 여느 때는 멍청해 있다가 번개 쳐 무당 기운을 받으면 느닷없이 작두날 딛고 모진 춤을 추어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고백을 하며 시인생활 47년을 되돌아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무당 기운"에서 벗어나 날마다 새로 쓰기 시작한 작은 시편들이 시인에게는 "유일한 수행" 역할을 해준 셈이었다.
"한쪽 날개가 없어진 / 파리가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 오늘 하루도 다 가고 있다"
"노를 젓다가 / 노를 놓쳐버렸다 //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어찌 꽃 한 송이만 있겠는가 / 저쪽 / 마른 강바닥에도 아랑곳하게나 / 볼품없음이 / 그대 임이겠네"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 그 꽃"
그러면서 시인은 다시 한번 자신 앞에 놓인 시의 길을 모색한다.
"이제까지 건너가는 사막마다 그래도 척박한 행로 중에 오아시스는 있어주었다"는 믿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나는 시의 길을 아득히 간다"고 수줍게 털어놓는다.
때문에 이문재 시인은 "어린이가 늙은이 속에 자꾸자꾸 태어난다. 참다운 빈 몸이다. 무죄다"라며 이번 시집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저자 서평1933년 전북 군산 출생. 1958년 『현대문학』에 「봄밤의 말씀」「눈길」「천은사운」 등을 추천받아 등단한 이래 시·소설·평론 등에 걸쳐 120여 권의 저서를 간행했다.
1983년 『고은시전집』 간행, 1986년 전작시 『만인보』 간행 시작(현재 15권 간행).
1987∼94년 서사시 『백두산』(전7권) 간행. 2000년 시집 『남과 북』과 『히말라야 시편』 간행.
미국 하바드대학 하바드옌칭 연구교수, 버클리대 객원교수, 경기대 대학원 교수 역임.제3회 만해문학상, 제1회 대산문학상, 중앙문화대상 등 수상.
고은 선생의 새 시집 『순간의 꽃』은 일종의 선(禪)시집이다. 제목도 없는 단장(斷章)들을 죽 잇대놓은 이 시집은 시인의 몸을 통해 순간순간 나툰 감응과 깨달음의
정화(精華), 그 순정한 관찰록이다. 그래서 이 시집이 열어놓은 언어의 숲길을 소요하다 보면, 알음알이에 골몰하다 지식의 포로가 되어버린 우리 같은 지해종도도 찰나찰나로 사는 일이 곧 몰록몰록 수행의 길이라는 점을
종이에 물 스미듯 시나브로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최원식(문학평론가·인하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