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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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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세실리아 시인의 두번째 산문집. 제주 조천에서 책방카페 ‘시인의 집’을 운영하며 쓴 글 안에는 시인이 살아낸 제주의 모습, 문학과 세상에 대한 속 깊은 사유가 진실되게 담겨 있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썰물과 밀물의 변화, 숭어의 도약, 까치복과 저어새와 바다직박구리와 가마우지와 갈매기의 군무, 이 땅 어디보다 아름다운 저녁놀과 그 밖의 것들이 시와 삽화가 되었고, 이 책은 ‘꿈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작가가 건네는 선물이 된다.
제주에 美치다 _7 : 오래전 문인들 몇 사람의 ‘마시고 노는’ 자리에서 초짜 시인 손세실리아의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깜짝 놀라고 깊이 감동했다. 가수 뺨치게 잘 불러서가 아니라 부드러운 곡조 안에 숨은 한과 슬픔이 붙잡고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이십여 년이 흘렀나! 그사이 그는 알아주는 중견 시인으로 성장했고 몇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풍편에 듣기로는 제주도에 들어가 카페를 차렸다던가 책방을 냈다던가.
그런데 이번 산문집 원고를 읽으며 알았다. 그는 단지 ‘시에 살고 노래에 사는’ 소녀가 아니었다. “제주 해안가를 걷다가/버려진 집을 발견”한 것은 틀림없는 시인의 눈일 테지만, 그 폐가를 “만조 땐 수상 가옥이 되고 썰물 땐 잠겨 있던 너럭바위가 펄 위로 모습을 드러내 한 점 수묵화”로 변신케 한 것은 통장이 바닥났어도 끄떡 않고 가득 찬 책들의 더미에 충족감을 느낄 줄 아는 ‘자존과 자긍’의 강인함일 것이기에. 그러나 사실 내게 가장 아팠던 글은 「고아의 노래」였다. 코로나19로 면회가 금지된 요양병원, 딸 하나 딸린 과부로 온갖 풍상을 겪은 끝에 병원에 누워 있는 91세의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와 딸이 겨우 핸드폰을 이용해 주고받는 옛 유행가 가락. “고해성사이자 고백이고, 넋두리이자 절규”일 그 모녀의 노래 속에서 나는 이십여 년 전 멋모르고 웃으며 들었던 슬픔의 가없는 뿌리를 보았다. 아, 이것이 인생이고 문학이다, 저절로 나온 탄식이다. 염무웅 _문학평론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21년 12월 17일 출판 새책 - 세계일보 2021년 12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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