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섭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아이와 교사와 학부모가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배우는 교실,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을 충분히 주는 교육, 한 명도 빠뜨리지 않고 아이들의 존엄을 존중하는 좋은 수업,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성실하고 교재에 대해서도 성실한 수업. ‘서로 배우는 교실’ 과 ‘배움의 공동체’의 수업철학이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수업이 있을까? 교육학 교과서의 성경 같은 말씀이거나 식상한 이상론은 아닐까? 학교개혁의 전도사인 사토 마나부 교수가 1,500개 학교 1만개의 수업을 참관하여 이 꿈같은 교실로의 조용한 혁명을 관찰하였다. 칠판과 교탁을 중심으로 줄지어 앉아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고 시험으로 평가하는 수업은 이미 박물관에 가 있어야 한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노동인구의 2%로 격감하는 21세기의 학교에는 창조적 사고, 비판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탐구적인 배움이 요구되며 그 배움은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존엄성에 마음을 다하여 아이와 아이, 아이와 교사가 서로 배우는 수업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야기책을 같이 읽고 서로 질문하고 답하고 듣는 도쿄도의 한 초등학교 하마노 선생의 수업에는 ‘어떤 아이의 발언도 훌륭하다’는 신뢰와 존엄이 있고, 그 수업은 자유로운 사고와 교류와 연결을 만들어 낸다. 평범한 한 교사의 ‘듣기’, ‘되돌리기’와 ‘연결하기’를 통해 서로 배우는 관계가 구축되고 있다. 니가타 현 오지야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가 학습참가를 통해 수업 만들기에 협력하고 연대하는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하마노초등학교는 수업공개와 통지표개혁으로 파일럿 스쿨이 되었다. 평범한 교사들의 소박한 실천이 조용한 혁명의 동력이 된 것이다. 교육개혁이 꼭 무슨 거대한 프로그램으로만 시작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비전 있는 교사들의 창의와 도전이 진정한 교육개혁의 시작이다. 우리의 교실에 이런 수업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어디에서부터 치유와 복구를 시작할까?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 이미 이와 같은 배움 공동체의 파일럿들이 있다. 누군가가 이 개혁을 실험하는 싹들을 키워야 한다. 바로 교사들의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