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의 자살을 소재로 요절복통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 젊은 여성의 일상과 그 이면, 내면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인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 또한 녹록치 않다. 주인공은 서른 살이 된 게르다. 팸플릿 소설 작가로 근근이 살아가던 그녀가 어느 날 고달픈 인생과 불친절한 세상을 향해 통쾌한 한풀이를 계획한다.
게르다는 주위 사람들에게 화끈하고 직설적인 내용이 담긴 작별편지를 쓴다. 그동안 원만하게 유지해 왔던 인간관계. 그러나 편지 한 통으로 그동안 내심 삭혀왔던 불만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 버리려 한다. 그녀가 이런 짓을 벌이는 이유는 이 모든 것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고분고분한 딸 노릇을 하고, 착한 동생과 좋은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 거래처 편집장의 비위를 맞출 이유는 더더욱 없을 터... 인간관계가 만들어낸 위선과 위악의 가면을 벗고 싶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에 ‘안녕’이라는 작별 인사를 던지려 한다.
그러나 게르다의 빈틈없는 자살계획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사건에 얽히며 무산되고. 그녀는 갈등한다. 다시 자살을 시도할까, 아니면 순순히 삶을 받아들일까. 결국 삶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게르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주변 사람들에게 들통나버린 속마음. 하지만 이제 게르다는 도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 친구 및 주위 사람들과 애써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 하기로 결심한다.
최근작 : … 총 170종 (모두보기) 소개 :한국에서 역사를, 독일에서 고대 역사와 고전문헌학을 공부했다. 출판사와 박물관 직원을 거쳐 지금은 독일어 번역가로 일한다. ⟪영원한 우정으로⟫, ⟪폭풍의 시간⟫, ⟪리스본행 야간열차⟫, ⟪언어의 무게⟫, ⟪프랭키⟫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케르스틴 기어 (지은이)의 말
자살이라는 주제로 희극을 쓰기란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었다. 우울증이나 우울증 환자, 자살을 한 사람들을 놀리거나 이 주제를 어떤 식으로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만드는 것은 결코 내 의도가 아니었으므로.
영국에 조앤 롤링이 있다면 독일에는 기어가 있다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과 『오늘 죽고 싶은 나』의 케르스틴 기어에겐 공통점이 있다. 변변찮은 일자리가 없을 때 소설을 써서 일약 스타가 되었다는 것. 장르는 다르지만 두 작가 모두 소설 쓰기를 통해 인생 역전에 성공했다.
케르스틴 기어는 현재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설가, 경쾌하면서도 유머와 재치 넘치는 신선한 이야기로 데뷔작부터 독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휘어잡은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녀는 『오늘 죽고 싶은 나』에서 자살을 결심한 30대 여성의 삶을 재치 있으면서도 유머가 넘쳐나는 특유의 문체로 그려내고 있다. 전문번역가 전은경 씨의 정확하고 감각적인 번역이 읽는 맛을 더해준다.
이 소설은 독일에서 출간 즉시 23만 부가 판매되었으며, 전 세계 15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국내 영화사의 섭외가 있었지만 독일 현지에서 먼저 영화화가 결정되는 바람에 국내 제작은 무산되었다. 기어의 작품을 국내 영상으로 만나기는 어렵게 되었지만 한동안 케르스틴 기어 열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타인에게 감춰두었던 본심을 들켜버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어는 이 소설에서 비관론자들마저 배꼽을 빠지게 할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선사한다. 하지만 단순히 웃고 넘기기엔 소설의 소재가 자못 진지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서른 살이 된, 팸플릿 소설 작가로 근근이 살아가는 여성 ‘게르다’이다. 그녀는 비우호적인 세상과 작별을 고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곱게 물러서기를 거부한다. 고달픈 인생과 불친절한 세상을 향해 통쾌한 ‘한풀이’를 계획한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에게 화끈하고 직설적인 내용이 담긴 작별편지를 쓴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내심 삭혀왔던 불만들을 여과 없이 쏟아내기로 마음먹은 것.
?네가 노래 부르기를 엄청 좋아하는 건 알지만, 넌 정말 완전 꽝이거든.(…) 그러니 제발 부탁인데, 내 장례식에서 「아베 마리아」나 그 비슷한 걸 부를 생각은 하지 말아줘._『오늘 죽고싶은 나1』에서
?비누를 먹으면 날 수 있다고 말한 거 미안해. 하지만 그땐 나도 아직 어렸고, 네가 몇 년씩이나 계속 이집 저집 화장실에서 비누를 훔쳐 삼키는 멍청한 아인 줄 몰랐어._『오늘 죽고싶은 나2』에서
?당신이 내 소설들을 하나라도 읽어봤더라면 내 작품들과 이런 피비린내 나는 쓰레기는 질적으로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알았을 텐데. 이것보다 더 끔찍한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어요.『오늘 죽고싶은 나1』에서
?멘델의 유전학에 따르면 파란 눈동자의 여자(예를 들어 이모)와 파란 눈동자의 남자(예를 들어 이모부)가 갈색 눈동자인 자식(예를 들어 폴커)을 낳는다는 건 불가능해요. 이모 스스로 생물책을 찬찬히 읽어보세요._『오늘 죽고싶은 나1』에서
게르다는 그동안 상처받고 억압받았던 평소의 감정을 시원하게 털어낸다. 이 모든 것이 ‘마지막’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더 이상 고분고분한 딸 노릇을 하거나 착한 동생, 좋은 친구 노릇을 할 필요가 없다. 거래처 편집장의 비위를 맞출 이유도 없다. 위선과 위악의 가면 따위는 필요치 않다. 이젠 ‘안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르다의 빈틈없는 자살 계획은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사건에 얽히면서 무산된다. 그녀는 갈등한다. 다시 한 번 자살을 시도할까, 아니면 순순히 삶을 받아들일 것인가.
난 샤를리네 소파에 죽을 때까지 앉아 있고 싶었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에겐 세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건 하나도 없었다. 한 번 더 시도하기,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계속 살아내기……._『오늘 죽고싶은 나2』에서
게르다는 운명이 연장시켜준 삶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문제가 또 있다.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 감춰왔던 속마음을 까발린 상태. 감춰뒀던 본심을 낱낱이 들키고 말았으니 관계 회복이 어려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하지만 게르다는 제 손으로 사태를 수습하기로 한다. 작가는 게르다가 가족, 친구 및 주위 사람들과 애써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 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냈다.
‘삼순이’에게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게르다의 기구하지만, 유쾌한 인생사!
서른이 됐지만, 남편은커녕 변변한 애인 하나 없는 처지. 게다가 자기만족과는 상관없이 남들은 인정해주지 않는 직업 종사자. 하지만 게르다의 주위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다만 ‘자기 사람’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결혼한 친구들은 처녀 시절 일은 깡그리 잊어버린 채 아이들 교육과 건강 문제에만 관심을 쏟는다. 매주 토요일마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일요일이면 부모님 집에 찾아가 가족과 함께 하지만 고역일 뿐이다. 측은한 눈길과 동정, 은근한 조롱과 압박. 특히 엄마가 퍼부어대는 충고인지 바가지인지 모를 이야기들은 게르다의 혈압 수치만 올려놓는다.
서른 살이 되어서도 싱글로 남으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난 여전히 싱글인데, 언니들과 사촌들과 친구들은 거의 모두 결혼했다. 내가 카페 뒷문으로 도망치고 있는 사이에 이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 집을 짓고 사과나무를 심었다._ 『오늘 죽고 싶은 나1』에서
물론 게르다도 좋은 남자를 만나고 싶다. 결혼도 꿈꾼다. 하지만 그녀 앞에 나타나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변태’거나 ‘밥맛’들이다. 설상가상으로 팸플릿 연애소설 작가로서의 일자리까지 위태로워졌다. 글쓰기는 게르다의 ‘밥벌이 직업’이다. 그런데 오랫동안 게르다의 소설을 출간해오던 출판사가 다른 곳과 합병되면서 그녀가 집필했던 시리즈가 폐간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출판사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어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하려고 직접 오라고 한 거예요.”
“이야기하지 마세요.”
(…)
“돌리지 않고 바로 말하지요. 나네테만 빼고 낭만소설 시리즈들은 모두 폐간돼요.”
_『오늘 죽고 싶은 나1』에서
식탁에 엎드려 울먹이며 세상이 왜 이런지 생각했다. 내가 지금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세상에서 가장 기쁜 소식에도 즐거워하지 않는, 질투심에 불타는 사악한 괴물이 됐나? 가장 친한 친구가 임신했다는데, 난 죽고만 싶었다.
정말, 정말 죽고 싶었다._『오늘 죽고 싶은 나1』에서
게르다는 자신의 인간성에도 절망한다. 가장 친한 친구가 임신을 했다는 소식에 질투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도 사랑에서도 더 이상 가망은 없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
‘자살’을 소재로 요절복통할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이면서도, 이 소설에는 30대 여성의 삶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젊은 여성의 일상과 그 이면, 내면의 심리묘사는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큼 탁월하다. 인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 또한 녹록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