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독자가 선택한 <생각이 나서> 작가 황경신의 <국경의 도서관>. 이번 책에 담긴 서른여덟 편의 짧은 이야기에는 황경신 작가 특유의 감성이 듬뿍 들었다. 현실인 것도, 환상인 것도 같은 짧은 이야기들에는 작가의 모든 상상력이 농축돼 담겨, 그 여운이 넘치도록 길다.
누군가를 '대신해' 여행을 해주는 여자, '마음'을 파는 가게, 천사와 악마가 번갈아 찾아온 생의 마지막 날 풍경, 왼손잡이 타자의 왼손이 묻힌 무덤, 시공간이 소용없는 세상에 다시 등장한 셰익스피어와 슈베르트…. 이 황당한 풍경들은 구구절절 늘어짐 없이 담백하게 그려진다. 그 천연덕스러움 덕분에 우리는 마음껏 기상천외한 이야기 속을 누빌 수 있다.
황경신 (지은이)의 말
국경을 통과할 때 새 한 마리가 푸드덕 땅을 박차고 노을 진 하늘 끝으로 날아갔다.
그는 무심하게 휘파람을 불고 있었으나 나는 심장이 뛰었다.
경계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경계를 동경하는 일생의 모순에 쩍하고
금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땅 위에 그어둔 선 하나는 무의미하기도 하고 의미심장하기도 했다.
한 사람을 만나 마음을 나누고 삶을 나누며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또한 그렇게 무의미하기도 하고 의미심장하기도 하다.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다. 이제 자유롭게 그 경계를 넘나들면 좋겠다.
무거움으로 가벼움을 껴안고 가벼움으로 무거움을 날아오르게 하면 좋겠다.
하늘의 노을빛이 푸른 바다를 물들이듯. 새 한 마리 땅을 박차고 영원으로 날아오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