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왕위 등극에서 그의 만년까지 생애를 따라가며 군주와 인간으로서 그의 면모를 살핀다. "조선 최대의 태평성대를 이룬 완벽한 군주상" 같은 피상적인 수사 뒤에 가려져 있는 세종의 고뇌와 집념, 완벽주의를 읽어내고, 다양한 분야에서 조선을 규정하는 "표준"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재구성했다.
이 책은 지은이가 2003년 출간한 <세종, 그가 바로 조선이다>를 새롭게 수정 보완한 책이자, 전작 <태종: 조선의 길을 열다>에 이은 군주열전 두 번째 책이다. 지은이는 세종을 태종에 이어 실용주의적이고 현실주의적인 안목을 이어나간 지도자로 평가하는 한편, 태종이 유혈 투쟁을 거친 혁명적 정치가인데 비해 세종은 대립세력마저 끌어안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포용의 리더십을 추구한 정치가라고 말한다.
양녕대군이 가지고 있던 세자 자리를 넘겨받고 왕권을 확립하기까지의 치열한 정치적 갈등, '애민'과 '훈민'의 정신으로 조선을 위한 것, 조선다운 것을 고민한 모습, 이단이라도 그 근원까지 파헤치는 학문적 열정, 그 가운데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쓸쓸하게 보내야 했던 말년까지 세종 시대의 다양한 빛과 그림자를 살피며 그의 업적과 리더십의 비결을 세밀하게 탐색한다.
세종(世宗), 그는 바로 조선의 화신(化身)이다. 우리가 조선시대라고 부를 때 떠올리는 거의 모든 것의 표준을 세운 이가 세종이다. 세종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조선 초기의 실상이 제대로 포착될 리 없고 나아가 조선 500년에 대한 기본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영조니 정조니 하는 이야기는 조선의 에피고넨, 즉 아류에 관한 모책일 뿐이다.
또한 세종은 세상 밖의 온갖 문제를 자기 안으로 끌어들여 간결한 해결책을 만든 다음 그것을 집요하게 관철해 내는 지도자였다. 자기 문제까지 밖으로 드러내어 평온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드는 지금 이 땅의 지도자들과는 큰 대조를 이룰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내가 그리려 했던 세종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