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언제나 주변의 모든 것을 재고 가늠해보면서 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시간을 확인하고, 음식을 먹을 때에는 칼로리를 생각해보면서 체중 변화에 신경을 쓰며, 물건을 사기 전에는 크기를 확인한다. 금액이라는 단순명쾌한 단위를 기준으로 삼아서 ‘가성비’를 따지는 일도 실은 측정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지금 측정의 세계에 살고 있다.
이 책은 공기나 물처럼 일상에 너무 깊이 관련되어 있어서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고 체감하기 어려운 측정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저자는 인류가 처음으로 숫자를 세고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마침내 다른 동물들과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측정은 우리 삶의 아주 가까운 곳에서 우리와 함께 발전했다.
인류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으로 측정하며 세계를 이해하기도 했지만, 그 반대로 이미 널리 쓰이던 척도가 세상의 한계를 설정하기도 했다. 이 책은 인류와 측정이 서로 얽히며 발전해온 과정을 역사적으로, 과학적으로, 문화적으로, 때로는 철학적으로 살피며, 우리를 사로잡은 측정의 세계와 그 너머를 촘촘하게 엮어낸다.
서론 | 측정은 왜 중요할까
제1장 문명의 발화 : 고대 세계, 최초의 측정 단위와 그 인지적 보상
제2장 측정과 사회 질서 : 초기 국가와 사회 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측정학
제3장 적절한 측정 대상 : 과학혁명은 측정의 영역을 어떻게 확장했을까
제4장 정량화 정신 : 세상의 탈주술화, 그리고 뜨거움과 차가움의 역사
제5장 미터법 혁명 : 미터법의 급진적 정치, 그리고 그 기원인 프랑스 혁명
제6장 온 세상에 그려진 격자판 : 토지 측량, 미국의 식민지화, 그리고 추상화의 힘
제7장 삶과 죽음의 측정 : 통계의 발명, 그리고 평균의 탄생
제8장 표준 전쟁 : 미터법 대 제국 도량형, 그리고 측정학의 문화 전쟁
제9장 모든 시대, 모든 사람을 위하여 : 미터법 단위는 어떻게 물리적 현실을 초월하고 세계를 정복했을까
제10장 관리되는 삶 : 현대 사회에서의 측정의 위치, 그리고 우리 자신의 이해와 측정
나가며 | 머릿속의 척도
: 금만큼이나 값지다. 지적 자극으로 가득한 이 책은 인류의 생존에 저울과 자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측정이 어떻게 비인간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저자는 재치 있으면서도 친절한 이야기꾼이다. 거대한 이론 뒤에서 작용하는 인간 드라마에 대한 저자의 감각은 특히 표준화 이전의 혼란스러운 시대를 다룰 때에 두드러진다. 이 책에는 과학에 대한 전염성 있는 열정, 그리고 과학의 활용에 대한 건전한 회의주의가 엮여 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런던 리뷰 오브 북스(London Review of Books)」, 「와이어드(Wired)」, 「뉴 스테이츠먼(New Statesman)」 등 수많은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현재 「버지(The Verge)」의 선임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 책은 그의 첫 번째 저서이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제약회사 연구원을 거쳐 약사로 일했다. 현재 바른번역에서 출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읽지 못하는 사람들》 《피아노의 시간》 《알레르기의 시대》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 《내가 된다는 것》 《감정의 뇌과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