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제58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이근화 시인이 제58회 현대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최승호 시인은 "이근화는 다 말하지 않고 다 드러내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여백에 남겨두고 묻어둔다. 그 고요한 여백 속에 말하지 않은 말들의 메아리와 슬픔이 있고,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침묵의 거울들이 있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한밤에 우리가' 외 5편의 수상작과 수상시인 자선작 '산유화' 외 7편을 수록하였다. 수상 후보작에 오른 강정, 오은, 이장욱, 하재연, 황병승, 허수경의 시도 함께 실었다. 역대수상시인 근작시로는 고형렬, 김기택, 김소연의 시를 수록하였다.
: 이근화 시인의 감각과 잠재력을 깊이 신뢰하므로, 그 때문에 더욱, 그가 더 좋은 시를 이루어야 하고, 그때 좋은 상의 수상자가 되는 것이 적절치 않겠는가 나는 생각했다. 그의 눈부신 달란트는 지친 표정의 시에서조차 민감하고 정갈하며 싱싱하고 유려하다. (……) 구태의연한 말들일지 모르지만, 타자에 대한 개방과 접속을 참답게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이야말로 시인됨의 변치 않는 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 사적 개인임을 부인하지 않되 보편성에의 지향을 포기하지 않는, 자신의 운명과 타자의 운명을 일치시키려는 애씀과 조심스러움 위에서, 대속에까지 이를 시인의 윤리랄 것이 성립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적어둔다. 수상자에 대한 축하는 물론!
: 이근화는 다 말하지 않고 다 드러내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여백에 남겨두고 묻어둔다. 그 고요한 여백 속에 말하지 않은 말들의 메아리와 슬픔이 있고,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침묵의 거울들이 있다. 허황하지 않은 차분한 어조, 과장된 감정의 제스처를 배제하는 담백한 진술, 측은지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일상과 사물들에 대한 섬세한 관찰력과 간결한 묘사는 이 시인의 기질이자 문학적 재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를 전개하고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흐트러지지 않는 절제의 집중력이 이근화만의 독특한 시 스타일과 여백을 창조해낸다고 보았다. 그의 수상을 축하한다.
2004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와 산문을 즐겨 쓰고, 그래서 여러 책으로 독자들과 만나 왔다. 그동안 시집 『칸트의 동물원』, 『우리들의 진화』, 『차가운 잠』,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뜨거운 입김으로 구성된 미래』, 『나의 차가운 발을 덮어줘』, 동시집 『안녕, 외계인』, 『콧속의 작은 동물원』, 산문집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 『고독할 권리』,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 등을 냈다. 김준성문학상, 현대문학상, 오장환문학상, 상화시인상, 지훈문학상 등을 받았다.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3년 《파라21》에 「주치의 h」 외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여장남자 시코쿠』, 『트랙과 들판의 별』, 『육체쇼와 전집』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미당문학상을 수상했다. 2019년 7월 향년 4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시인. 시집 『라디오 데이즈』, 『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우주적인 안녕』, 산문집 『내게 와 어두워진 빛들에게』, 시론집 『무한한 역설의 사랑』, 연구서로 『근대시의 모험과 움직이는 조선어』, 『문학의 상상과 시의 실천』 등이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4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내 잠 속의 모래산』 『정오의 희망곡』 『생년월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 등이 있다.
이근화 (지은이)의 말
얼마 전 지하철에서 어떤 남녀를 보았어요. 한 남자는 계속 욕을 해댔고, 한 여자는 눈이 풀린 채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나를 향해 욕을 한 것도 아니고 나를 째려보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둥댔습니다. 서둘러 자리를 뜨려다가 지하철 문에 왼쪽 어깨를 심하게 부딪쳤습니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스크린도어에는 보기 좋은 어떤 작품이 씌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걸 읽어볼 여유는 없었지요. 두 남녀는 제 그림자가 아니었을까요. 요즘 들어 아무 데나 주저앉아 펑펑 울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이 삶에 대해 시위하듯이 말입니다. (……) 수상의 기쁨보다 두고두고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이 저를 짓누릅니다. 겁 없이 창조적으로 살아보겠노라고, 열심히 쓰겠노라고 했지만 그게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 제가, 또 앞으로 제가 뭘 해야겠습니까. 친절하게 답해주십시오. 여러분! 충분히 외롭지만 조금 더 외로워질 기회를 박탈당한 저에게, 도망가는 저를 붙잡고 다독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