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65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유희경 시인이 제65회 현대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문정희 시인은 "행과 연을 구분하지 않고 떠난 산책 사이로 흐르는 긴장과 이완 혹은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만드는 구성의 솜씨는 유희경만의 특별함이라고 하겠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수상후보작으로는 강성은, 「밤과 낮의 고요한 물소리」 외 6편 / 김기택, 「첫 흰 머리카락」 외 6편 / 박소란, 「정우와 나」 외 6편 / 백은선, 「반복과 나열」 외 6편 / 서윤후, 「모모제인某某諸人」 외 6편 / 안희연, 「열과裂果」 외 6편 / 양안다, 「나의 작은 폐쇄 병동」 외 6편 / 이장욱, 「안나 나나코」 외 6편 / 최백규, 「천국을 잃다」 외 6편이 선정되었다.
: 수상자를 유희경 시인으로 결정하는 데에는 심사위원들 간의 이의가 없었다. 그는 상실과 소외의 한가운데에서도 고요를 확보하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기대와 사랑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기다리는 언어는 과장이나 자기연민이 없었고 타고난 숨결처럼 자연스럽고 잔잔했다.
그 호흡 속으로 시들이 저물녘처럼 스며들었으며 그 리듬은 아프고 아름다웠다.
행과 연을 구분하지 않고 떠난 산책 사이로 흐르는 긴장과 이완 혹은 다음 장면을 기다리게 만드는 구성의 솜씨는 유희경만의 특별함이라고 하겠다.
: 유희경의 시는 감정적 정황에 휘둘리지 않는다. 사실 감각을 향해 나아간다. 시 속에서 그의 걸음은 느리거나 잠시 멈춘 듯하지만, 그 걸음은 감성의 초월적 실행으로써 시적 주체를 생산하고 미적 거리를 확보한다. 수사적으로 가공된 감정적 언어의 방출을 억제해 대상과 현실 주체 사이에서 심리적 거리를 만들어낸다. 이런 거리는 곧 미적 거리이다. 이런 심미적, 심리적 거리가 만드는 침입과 이탈의 이행 행위와 그 행로에서 현실만의 주체 또는 가상만의 주체가 아닌, 오늘의 시적 주체가 비로소 생산된다.
(……) 과장이나 허구에 치우치지 않는 감각과 사유의 전개이다. 어떤 과격한 변형이나 절정 없이도 마침내 드러난 투명하고 간결한 정점이 있다. 그것은 현실세계를 포착해 더 감각적으로 제시한 시적인 변환이고 역전이다. 그리고 그것과 대면한다. 담백하고 투명한 그의 시가 지닌 청신한 매력이다. 그의 간결함과 청신함이 흔들리지 않고 생생한 사실들을 품으며 더 깊은 곳까지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그런 기대와 믿음으로 한국 문학의 역사를 대변하는 <현대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올린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극작을 전공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이 되었다.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이다음 봄에 우리는』 『겨울밤 토끼 걱정』과 산문집 『반짝이는 밤의 낱말들』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 『사진과 시』가 있다. 현대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1957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껌』 『갈라진다 갈라진다』 『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등이 있으며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지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990년에 태어나 전주에서 성장했다. 2009년 《현대시》로 등단했으며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휴가저택』, 『소소소 小小小』,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와 산문집 『햇빛세입자』,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 『쓰기 일기』 등을 펴냈다. 제19회 〈박인환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2022년생 코리안 숏헤어 고양이 ‘희동’이와 함께 살고 있다.
201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동인 시집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를 냈습니다.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제 장점입니다. 기분 가득 먹구름이 끼어도 마음 청정기를 돌리고 나면 화창해진답니다.
유희경 (지은이)의 말
매일 밤 버스를 탑니다. 버스는 세 곳의 궁 앞과 고가도로 하나, 두 개의 터널을 지납니다. 그것들은 여전히 변하지 않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걸어서 집까지 갑니다. 나는 가끔 알고 싶습니다. 집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시를 쓰는 일은 두 개의 터널과 고가도로 하나 세 곳의 궁을 지나 어디론가 가는 일이며 기다리고 기다리다 무얼 기다리는지 잊어버리는 일이며 혼자가 되는 일이나 건너편의 나를 우두커니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일이라고 믿습니다. 열두 해 동안 오가며 그렇게 시를 써왔습니다. 도중에 그만둘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싶었던 적은 없습니다. 시를 쓰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입니다. 저의 자리는 박수를 치는 쪽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자리에 불만이 없었던 것은, 그래도 시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
하나 꼭 받는다면, <현대문학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 문학상을 받아온 시인들의 이름을 떠올려본다면 누구나 그렇겠지요. 이제 다시 저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얻은 것들을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수상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