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한 현장실습생 아이가 죽었다. ‘겸손한 목격자’ 은유가 기록한 여기,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어떤 사람들은 왜 죽음을 통해야만 겨우 보이게 되는 것일까? 장시간 노동과 사내 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현장실습생 김동준 군의 죽음으로부터 출발해, 김동준의 어머니, 사건 담당 노무사부터, 사고로 목숨을 잃은 현장실습생 아들을 둔 아버지, 교육·노동 담론에서 배제되는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 등) 재학생·졸업생들의 인터뷰를 엮었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죽음을 규명하고 애도하는 작업에서 나아가, 그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람들의 삶과 일, 그들이 붙들려 있는 슬픔과 분노, 기억과 희망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일상의 폭력에 무감각한 사회, 청(소)년 노동자에게 위험노동과 죽음이 집중되는 사회를 ‘겸손한 목격자’ 은유가 섬세하게 증언하며, 이 격렬하고 깊은 감정의 풍경들을 포착한 임진실의 사진이 울림을 증폭시킨다.
들어가며 하루를 살아갈 용기
1부 김동준
내일 난 제정신으로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요? _김동준
선한 일을 하지 않은 게 죄예요 _강석경(김동준 어머니)
평소 폭력에 예민했는데, 동준이를 놓쳤어요 _강수정(김동준 이모)
인식하지 못하는 폭력이 폭력이란 걸 드러내야 해요 _김기배(김동준 사건 담당 노무사)
2부 김동준들
정책 만드는 사람은 다 힘 있는 사람이에요 _이상영(이민호 아버지)
이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가장 열악한 부분을 최전선에서 만나는 거예요 _장윤호(이천제일고등학교 교사)
능력 있는 기계 정비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_임현지(유한고등학교 3학년)
야근하는 선배처럼 저도 나중에 힘들 것 같아요 _서동현(가명, ○○공업고등학교 졸업생)
우리의 첫 노동이 인간다울 수 있을까요? _이은아(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위원장)
덧붙여 아파도 괜찮아요 ― 이민호 군 1주기, 현장실습생 유가족 모임 좌담
추천의 말
첫문장
보통의 자기소개서라 하면 번지르르한 수식어들을 사용하여 자신을 뽐내겠죠. 그러니 저도 그렇게 자신을 수식해보겠습니다.
: 막 봉오리가 맺힌 삶들이 스러져가는데 우리는 보면서도 보지 못한다. 絶! 길이 끊기면 절벽이 되고 희망이 끊기면 절망이 된다. 목숨이 끊어지고 가족들의 애가 끊어진다. 우리는 자본의 칼에 의해 끊겨 있다. 은유는 ‘겸손한 목격자’의 태도로, 어린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 입문해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그리고 그들의 죽음이 궁극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찬찬히 기록한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우리의 깊은 죄의식을 심문하는 동시에, 절벽 앞에 선 아이들에게 가느다란 길을 내고 희미한 빛을 비춰주는 책이다. 일하는 아이들과 함께, 아니 그보다 먼저 그들의 부모와 선생과 선배가 읽어야 하는 책이다. 우리는 다시 이어져야 한다.
: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읽으며 나는 유가족과 주변인들의 목소리로 김동준 씨, 이민호 씨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자신의 삶을 어린 나이부터 책임지려 노력했던 친구들, 무엇보다도 어른들이, 이 사회가 자신을 지켜주리라는 믿음을 지니고 사회에 나왔던 친구들의 모습을. 단발성 뉴스로 스쳐 지나갔던 ‘안타까운 죽음’ 이면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지, 그 사람이 누릴 수 있었던 삶은 무엇이었을지 나는 먹먹한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증언하고 기록한 이들의 노력에 감사함을 느끼며. 청(소)년 노동자의 죽음에 연루되지 않은 성인은 없다. 우리는 무감함으로, 방관으로 이 죽음에 가담했다.
‘세상은 바뀌지 않아’라는 체념이 쌓여, ‘보지 않을래, 알고 싶지 않아’라는 외면이 반복되어,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방임이 ‘사람 사는 게 원래 이런 거야’라는 목소리로 이어져 우리가, 사람을 죽였고, 지금도 죽이고 있다. 청(소)년 노동자의 죽음을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인간도 쉽게 쓰고 버릴 수 있는 값싼 소모품이 될 수 없다는 믿음의 몸짓이다. 이미 끝난 일을 기억해서 무엇을 바라느냐는 말에 이 책은 답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이토록 잔인한 사회를,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헐값으로 취급하는 사회를 거부하고 안전한 사회로 다시 세워야 하는 의무와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 화초에 새잎이 돋고 꽃망울이 맺히기에 봄볕을 실컷 쐬라고 베란다에 내놓다가 실수로 줄기 하나를 부러뜨렸다. 물오른 새순들이 안타까워 꺾인 가지를 화분에 다시 꽂아두었다. 동준과 민호의 삶도 그렇게 부러지고 꺾여, 이십 년 가까이 품어온 아이를 세상 문턱에 내보내자마자 잃은 부모들 가슴에 꽂혀 있다. 작가는 세상이 눈길을 주지 않는 젊은 나뭇가지들의 존재와 이들의 부러짐, 꺾인 가지들이 박힌 부모들 가슴의 피눈물에 대해 쓰면서 ‘오래된 숙제’를 시작했다. 이 책을 읽는 것으로 우리의 오래된 숙제를 시작할 차례다.
작가. 책과 사람이 있는 현장에서 글쓰기를 배웠다. 『글쓰기의 최전선』 『쓰기의 말들』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있지만 없는 아이들』 『크게 그린 사람』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다가오는 말들』 등을 썼다. ‘메타포라’ ‘감응의 글쓰기’ 등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역사 3위 (브랜드 지수 882,019점), 음악이야기 5위 (브랜드 지수 26,316점), 한국사회비평/칼럼 8위 (브랜드 지수 58,735점)
추천도서 :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신영복 선생 1주기를 맞아 펴낸 유고집. ‘우리 시대의 스승’이셨던 선생이 생전에 발표한 아름다운 글과 강연의 정수를 모았다. 특히 선생이 감옥에 가기 전 20대에 쓴 글 7편을 처음 담았다. 이미 더불어 살아가는, 성찰하는 삶의 태도가 밴 청년의 글에서 신영복 사상의 원류를 발견할 수 있다. 보다 깊이 있는 삶, 보다 인간적인 사회에 대한 희망과 변화의 길을 강조하는 선생의 목소리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