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의 관점에서 바라본, 고조선부터 현대의 독도와 고구려 논쟁까지 아우르는 한국사 서술을 보여준다. 3인의 지은이를 중심으로 구성된 '영토사연구회'의 연구자들이 3년간 진행한 우리 역사의 영토사적 재구성의 첫 번째 결실이다.
지은이들은 한국사를 영토사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이렇게 제시한다. 하나는 내부 편향적인 한국사 담론을 보다 외부 세력과의 '관계'에 주목하여 바라볼 수 있다는 장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간과되어온 한 국가의 가장 본질적인 구성요소 중 하나인 '영토'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는 것. 즉 영토 없는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책은 기존의 왕조에 따른 시대 구분이나 고대-중세-근대-현대 식의 시대 구분이 아닌, 요하시대/한강시대/대동강시대/압록강-두만강시대라는 새로운 구조를 제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거란과 고려의 고구려 땅에 대한 연고권 논쟁, 조선과 일본의 대마도 영유권 논쟁 등을 차분히 살펴나간다.
2부에서 현재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영토 분쟁을 집중적으로 다룬 것도 주목할 부분. 한반도 분할을 둘러싼 논쟁, 간도와 녹둔도를 둘러싼 북방 분쟁, 독도와 동해를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 등에서 시비를 과거 역사에서 밝혀낸 영토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밝혀나간다.
현장 답사를 통해 역사 연구에 충실을 기했고, 영토사 서술에 필수적인 지도 묘사에 있어서도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등에서 나타난 고지도 기법을 그대로 따라 산과 강을 중심으로 지형 형세가 압축적으로 드러나도록 표현하여 영토사에 어울리는 지도 묘사를 선보인다.
전남 곡성 출생으로 육군 사관학교를 졸업했다. 전주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와 명지대학교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육군대학 총장과 대통령 경호실상, 국가보훈처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논문으로 '지역사회와 향토사단의 관계쩡립에 관한 연구', 지은 책으로 <고려 거란 전쟁>이 있다.
우리의 역사 인식은 대체로 정치사 중심이다. 정치사 중심의 역사 서술은 정권 쟁탈 과정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정치사적 입장에서 보면, 고려와 조선은 다른 나라이다. 그러나 영토사적 입장에서 보면 고려와 조선은 같은 나라이다. 지난 반만년 동안 숱한 왕조가 명멸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라 표현할 수 있는 역사적 계승성이 있다.
흔히 그 역사적 계승성의 요인으로 혈언, 언어, 문화 등을 거론하면서도 영토를 꼽지는 않는다. 한민족이 형성될 수 있었고 현재도 유지될 수 있는 공간적 토대는, 한반도라는 영토에 대한 역사 인식에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토의 중요성에 대한 자각, 영토 분쟁에 대한 역사적 이해는 매우 미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