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디 맑은 수채화 그림이 인상적이다. 잎사귀에 매달린 빗방울, 물웅덩이에 흐릿하게 비친 그림자, 떨어지는 비로 인해 작고 동그란 파문이 일고 있는 연못가 등 작은 것조차 놓치지 않는 세밀화로 비 오는 날의 풍경과 동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풀과 나무의 모습에 어울리는 생글생글한 웃음을 띤 주인공이 비 오는 날 마당으로 나선다. 땅도 꽃잎도 나뭇잎도 모두 비에 촉촉하게 젖어 윤이 나고 있다. 비가 내리자 낙엽이나 돌 밑에 숨어 있던 달팽이가 모습을 드러내고, 두꺼비도 어디선가 '툭' 튀어 나온다. 나비의 애벌레가 산책을 나왔는가 하면, 청개구리들은 나뭇잎에 몸 색깔을 맞춘채 여기 저기에 숨어있다.
어떤 동물이 어떤 모습을 가지고 어떤 습성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는가를 세세히 설명하기 보다는 이야기를 읽어가며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구성해 놓은 그림책이다. 또한 그런 모습들을 통해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작은 생명들도 저마다 씩씩하고 힘차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푸른 색으로 빛나는 그림들은 보는 사람조차 비가 촉촉히 내린 후 산뜻하게 젖어있는 마당가에 나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