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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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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수도원 운동의 수도사를 지향하는 한 사람이, 한국적 사회 속에서 그 지배적 가치를 넘어서기 위해 나름대로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모습을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일기라는 형식이 책으로 출판된다는 것에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게 마련이다. 가장 사적이며 내밀한 고백의 성격을 지닌 글이, 누군가에 의해 읽혀질지도 모른다는 전시의 성격을 지닌 글로 변화되기에 그렇다.
그래서 일기라는 형식의 글을 읽을 때는 내밀한 속살을 보는 듯하면서도, 그 글이 쓰고 있는 가면을 뜻하지 않게 보기도 한다. 그래서 그 글을 읽어나가는 과정은 글을 읽는 독자 자신의 허영과 교만,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갈망을 반영하는 거울을 보는 일과도 흡사하다. 글을 읽어나가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이 주는 낯설은 쾌락! 이 책은 그것을 제공한다. : 저자에게 예수를 따른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꿈을 위해 헌신하며 자신의 에고를 초월하는 길인지 모른다. 제도교회 성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 아프게 때로는 깊이 공감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편견과 판단을 잠시 접어두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교회란 무엇인가? 신앙은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질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필자와 같이 하루 하루를 기록한 일기를 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매일 매일의 생활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 자체가 순례의 길을 걷는 것과 같다. 하루를 되돌아보는 일기는 습관화된 삶에서 벗어나게 한다. : 애매하고 복잡한 현대적 삶의 정황은 그 기반과 방향이 수시로 변한다. 요동치는 배 위에서 끊임없이 변침하는 나침반을 지켜보는 것이 재가수도자의 일상이다. 이 책은 그러한 삶의 단면들을 그려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그 모습속에 숨어서 삶을 정향하는 슴베를 슬쩍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회색순교를 지향하는 재가수도자의 삶, 그 마음 속 풍경을 통해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서늘하게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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