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TV 다큐멘터리 '만행'의 주인공이자 벽안(碧眼)의 스님 현각의 구도기. 하버드 대학원생이었던 폴 뮌젠(법명: 현각)이 1989년 큰 스님 숭산을 만나 불교에 입문하기까지의 이야기, 한국과 불교에 관한 느낌 등 젊은 수행자의 맑고도 치열한 발자욱이 새겨져 있다.
숭산스님에게 들었던 화두를 통해 큰 충격을 받고 한국을 방문하여 동안거에 들어갔던 이야기,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번뇌와 선택의 고통. 이렇게 힘들고 괴로운 가운데서 더욱 더 정진했던 선(禪)수행과 자신의 길을 확인하는 과정이 감동스럽다.
미국의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예일대학교를 나와 하버드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1990년 숭산 스님(1927~2004)을 만나 출가했다. 출가 이후 한국 선원에서 30여 차례에 걸쳐 안거했으며, 한국 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화계사 국제선원장을 지내고, 2009년 독일 뮌헨에 불이선원(不二禪院)을 여는 등 유럽에 한국 불교를 전파하는데 힘써오고 있다. 대표 저서로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가 있다.
내가 하버드와 예일에서 공부했을 때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수님들로부터 배웠다. 나를 비롯한 친구들의 꿈은 그런 교수님들처럼 사는 것이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는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니체, 하이데거 등의 위대한 철학자들의 말과 생애를 공부했다. 아예 독일철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겠다는 생각에 독일의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일년 동안 독일어를 배우면서 쇼펜하우어를 탐독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같은 가르침은 완전한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베리타스(Veritas)가 아니었던 것이다. 살아 있는 베리타스를 하버드 대학원에서 발견했다. 그가 바로 지구의 반바퀴를 돌아서 온 한국의 숭산 큰스님이었다. 이 책은 내가 어떻게 숭산 큰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진리의 도정을 걸어왔는가 하는 이야기다.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진리를 찾아 걸어온 이야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