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결산하는 '이상문학상'의 36번째 작품집이 출간됐다. 특히 2012년 올해는 문학사상이 창사 40주년을 맞아 새롭게 바뀐 디자인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제36회 대상 수상작은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 '옥수수와 나'는 인간이 추구하고 있는 육체적, 물질적 욕망이 삶의 진정성을 파괴하고 있는 현실을 환상적 기법으로 서사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옥수수와 나'를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함에 있어, 작가 김영하의 그동안의 작품 창작활동,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품 속에 담긴 "인간관계의 파괴를 도시적 문명과 제도의 횡포로 읽어내는 작가의 시각", 여기에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이라는 하나의 길을 보여준 소설적 여정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였다.
이번 작품집에는 대상 수상작인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와 자선 대표작 '그림자를 판 사나이' 외에도 우수상 수상작으로 함정임의 '저녁식사가 끝난 뒤', 김경욱의 '스프레이', 하성란의 '오후, 가로지르다', 김숨의 '국수', 조해진의 '유리', 최제훈의 '미루의 초상화', 조현의 '그 순간 너와 나는' 등 기발한 상상력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고루 포진해 읽는 재미와 맛을 더해주고 있다.
: 삶의 가치 상실과 인간관계의 파괴를 도시적 문명과 물질 제도의 횡포로 읽어내는 작가의 시각 자체는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옥수수와 닭에서 드러나는 생태학적 대립관계를 환상적으로 처리하면서 이야기의 형상성을 더욱 잘 살려내고 있는 이 소설의 서사적 완결성도 주목된다.
: 〈옥수수와 나〉는 마지막까지 시종일관 키득거리게 할 만큼 김영하식의 입담과 관념이 속도감 있는 문장 사이사이에 만발해 있다. 한국문학의 새로움을 말할 때 맨 앞에 이름을 올리는 이 작가가 아직 이상문학상을 받지 않았다는 게 신선할 만큼 그에게 이번 수상은 늦은 감이 있다.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풀」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루빈의 술잔』 『옆집 여자』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웨하스』 『여름의 맛』, 장편소설 『식사의 즐거움』 『삿뽀로 여인숙』 『내 영화의 주인공』 『A』, 사진산문집 『소망, 그 아름다운 힘』(최민식 공저)과 산문집 『왈왈』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수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침대』 『간과 쓸개』 『국수』 『당신의 신』 『나는 염소가 처음이야』, 장편소설 『철』 『바느질하는 여자』 『L의 운동화』 『한 명』 『흐르는 편지』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떠도는 땅』 『듣기 시간』 『제비심장』 『잃어버린 사람』 『오키나와 스파이』 등을 냈다.
200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새드엔딩에 안녕을》, 장편소설 《나, 이페머러의 수호자》가 있다. 《루카치를 읽는 밤》은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김영하 (지은이)의 말
저는 한 편의 소설을 시작했고, 계속했고, 완성했습니다. 그것으로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았습니다. 쓰지 못해 괴로웠고 쓰는 동안 두려웠고 쓰고 나서는 잠시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상을 받았습니다. 문학상은 작가라는 신분, 문학이라는 예술의 본질의 바깥 어딘가, 그러나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는 않은 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돌지만 지구는 아닙니다. 그러나 달이 없는 지구를 상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고맙습니다. 작가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렇습니다. 지금껏 잘 살아왔다는 동료 문인들의 격려로 여기고 ‘해야만 한다고 믿는’ 그 일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 2012년 제36회 이상문학상 수상소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