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대상은 김훈의 '화장'에 돌아갔다. 그간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는 대상수상작품과 함께 수상작가 자선 대표작을 싣곤 했으나, 이번에는 작가가 직접 선정한 대표 에세이 세 편을 함께 실었다.
수상작 '화장'은 2년 동안 뇌종양을 앓던 아내가 세상을 떠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화장품 회사의 상무로 근무하는 '나'는 묵묵히 아내의 장례 일정을 진행한다. 한켠으로는 전립선염을 앓으며, 한켠으로는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자신의 사랑을 생각하며, 또 한켠으로는 회사의 중요한 광고 전략 결정에 꼭 참여하라는 사장의 지시를 수행하며.
화장(火葬)과 화장(化粧)이라는 이중적 소재가 적절히 배합되어 있으며 두 여자를 사랑하는 중년 남성의 심리를 세련되게 표현하여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되었다.
그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작가 박민규의 단편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를 비롯하여 우수작 일곱 편이 함께 실려 있다.
1968년 울산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작가상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신동엽창작상, 2007년 이효석문학상, 2009년 황순원문학상, 2010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으로 『카스테라』(2005), 『더블』(2010)이 있으며, 장편소설 『핑퐁』(2006) 등이 있다.
1967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은주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1995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그 남자 264』, 『칵테일 슈가』, 『아름다운 여름』 등 10권의 소설책과 어린이 소설 『너는 열두 살』을 펴냈습니다. '오늘의 작가상'(1999), '이상문학상' 우수상(2004), '노근리평화상' 문학상(2019) 등을 수상했습니다.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풀」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루빈의 술잔』 『옆집 여자』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웨하스』 『여름의 맛』, 장편소설 『식사의 즐거움』 『삿뽀로 여인숙』 『내 영화의 주인공』 『A』, 사진산문집 『소망, 그 아름다운 힘』(최민식 공저)과 산문집 『왈왈』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수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1969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4년 『실천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 『두번의 자화상』 『늑대』 『국경을 넘는 일』 『매향(埋香)』, 장편소설 『여자 이발사』, 산문집 『세상의 큰형들』 『기타 등등의 문학』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채만식문학상, 오영수문학상,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국립순천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60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폭설」이 당선되고, 2001년 《세계의 문학》에 단편소설 「비소 여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소설집 『나의 피투성이 연인』 『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내 아들의 연인』 『프랑스식 세탁소』 『새벽까지 희미하게』, 장편소설 『장밋빛 인생』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아프리카의 별』 『가수는 입을 다무네』 『당신의 아주 먼 섬』 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7년 별세했다.
한국 여성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김승희는 첫 시집 『태양미사』(1979)에서 『도미는 도마 위에서』(2017)에 이르기까지 기존 여성시와는 다른 파격과 모험을 감행해 왔다. 이혜원 문학평론가는 “이상과 현실의 격차에 절망하여 허무주의로 빠져들지 않고 한발 한발 구체적인 실천을 도모해 나간 과정은 김승희 시의 성과”라고 평했다. 고정희상(2003), 한국서정시문학상(2018), 만해문학상(2021)을 수상했다.현재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김훈 (지은이)의 말
2003년 겨울에, 또 조금만 쓰기로 작정을 하고 연필과 미숫가루를 챙겨서 일본 교토 서쪽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습니다. 맑은 강이 흐르고 대숲이 서걱이는 마을에서 원양을 건너온 겨울 철새들이 날개를 퍼덕거렸습니다. ...그 새들의 자태는 혼자서 세상을 감당하는 자의 엄격함이었습니다. 살아 있는 것들은 기어이 스스로 아름다운 운명을 완성한다는 것을 새를 들여다보면서 알았습니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서너 줄을 겨우 쓰던 밤에 이상문학상의 수상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저는 별수 없이 그게 아닌데, 그게 아닌데,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