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 박종현 에세이. 온몸 가득 승객들을 싣고 나르느라 잔뜩 화가 난 버스와 지하철, 그 안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부대끼는 사람들. 탈출하듯이 빠져나오고 나면 집까지는 아직 저만치 더 가야 하는데도 진이 빠져버린다. 주황색 가로등을 버팀목 삼아 터덜터덜 걸어서 간신히 집에 도착한다.
하지만 그러고도 아직 걸어야 할 밤길은 끝나지 않는다. 따끈한 물로 하루를 씻어내고 싶지만 오늘의 외로움과 후회 같은 것들은 내게 꼭 붙어서 떨어지질 않기 때문이다. 자리에 누우면 오늘따라 더 넓은 침대 위로 더 먼 길이 펼쳐진다. 이 생각, 저 생각 끄집어내어 길동무 삼아 또 걷다 보면 뜬눈으로 밤을 새기 일쑤이다.
<밤 걷는 길>의 저자 밤길은 이런 그의 밤들을 당신과 함께 걷고자 이 책을 썼다. 어두워질수록 몰려오는 많은 생각들. 누군가의 성공담에 느끼는 자괴감, 나이가 주는 부담감, 익숙해지지 않는 외로움, 혼자만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소외감, 이 모든 감정들을 뒤로 하고 지켜내고 싶은 희망과 사랑들까지. 밤길의 이야기이고 당신의 이야기인 모든 생각들에 대해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