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작은도서관 활동가로 일해온 박소희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이 작은도서관을 이루는 공간, 사람, 책 이야기를 전한다. 1부는 전국 곳곳의 작은도서관과 그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소개하고, 작은도서관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2부는 현재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거나 작은도서관 운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구체적인 ‘운영 노하우’를 담았다. 3부는 독일과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의 도서관을 탐방한 기록이 실려 있다. 책과 사람을 잇는 문턱 낮은 공동체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첫문장
고정순 작가의 『가드를 올리고』(만만한책방, 2017)를 읽는다.
최근작 :<여기는 작은도서관입니다>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인천 늘푸른어린이도서관 관장이다. 아이들에겐 똥관장이라 소개한다. 그러면 언제나 나이의 경계가 무너진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함께 놀 때가 가장 행복하고 좋다. 책으로 빨려 들어오는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읽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런 재미난 책 읽는 공간을 동네마다 만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야기하고 다니다 현재는 (사)어린이와 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손재주도 없고 아는 것도 없으니 채워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 덕에 20년을 넘게 작은도서관 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책으로 소통하고 사람이 성장하는 독서공동체, 작은도서관
공간 33제곱미터, 장서 1000권, 그리고 열람석 여섯 석. 현행법상 작은도서관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다. 어디에 설치하라거나 누가 운영하라는 규정은 없다. 운영비에 대한 규정도 없다. 더러는 관공서 건물 한쪽에, 더러는 상가 건물에 소붓히 자리잡고 있다. 월급을 받는 상근자가 근무하는 곳도 있고, 아무런 대가 없이 자원봉사로만 운영되는 곳도 있다. 이렇게 마을과 동네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책으로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작은도서관이 전국에 6058개(2017년 기준)가 있다.
『여기는 작은도서관입니다』는 20여 년 동안 작은도서관 활동가로 일하며 작은도서관의 태동과 성장을 지켜봐온 박소희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인천 늘푸른어린이도서관 관장)이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하고, 작은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성찰한 기록이다. 작은도서관 모임을 위해 전국을 다니면서 만난 사람들과 각 작은도서관의 따듯한 사연, 저마다 지역의 특색에 맞춰 자신만의 색깔을 갖춘 도서관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오랫동안 작은도서관을 조성하고, 교육과 정책 개발 활동을 한 경험을 살려, 작은도서관 운영에 필요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작은도서관은 1980년대 노동자들이 모여 근로기준법을 읽고 자신의 권리를 알아갔던 공간인 노동도서원, 주민도서실, 문고 등의 역사 위에 세워졌다. 이제는 마을 어린이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숙제를 하며, 어울려 노는 공간이 되었다. 더러는 주부들의 사랑방이 되기도 하고, 마을 어르신들의 재교육 기관이 되기도 했다. 책을 읽고 경험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공간, 작은도서관에서는 커다란 꿈이 자라고 있다.
작은도서관, 그리고 작은도서관에서 만난 사람들
작은도서관은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좋은 책을 골라 읽게 하며, 주민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찾아 함께 학습하고 활동할 수 있는 장이다. 이러한 작은도서관을 이끄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박소희 이사장은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전국의 작은도서관과 그곳 활동가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서울 생활을 접고 강원도 인제군에 들어가 8년째 숲으로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천강희 관장, 이용자였다 자원봉사자를 거쳐 관장이 된 제주 설문대어린이도서관의 강영미 관장, 미술학원을 운영하여 작은도서관에 미술 프로그램을 결합하는 김해 장유 팔판마을도서관의 신훈정 관장,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아이들의 위한 책문화놀이터를 만들고 싶어 한 고양시 책놀이터의 박미숙 관장 등 여러 작은도서관 활동가를 만날 수 있다.
작은도서관은 또한 지역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모습으로 정체성을 꾀하기도 한다. 젊은 경력 단절 주부가 많은 동네 특성에 맞춘 신나는 여성주의도서관 랄라, 노령인구의 증가에 맞춰 어르신들의 작은도서관을 지향하는 ‘춤추는달팽이’, 일하는 사람들의 문화공간이자 노동자의 작은도서관인 ‘사람’, 다문화특구라는 특성에 맞춰 다양한 언어의 책과 그림, 지도를 준비해놓은 안산 다문화작은도서관 등은 작은도서관이 운영자의 취향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곳임을 보여준다.
마음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작은도서관 운영
2부는 저자가 직접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또 많은 작은도서관 운영자들과 만나면서 정리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작은도서관 운영 방법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행정적인 지원을 충실히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작은도서관 활동가들은 어디에 터를 잡고,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며,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여기에서는 작은도서관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법적?행정적 제안부터 장서 점검하는 방법, 예산을 확보하고 구성하는 방법, 독서동아리를 꾸리고 유지하는 방법, 나아가 공공도서관 및 지역의 작은도서관과 연계하는 것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전국에는 이미 6000개가 넘는 작은도서관이 있다.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는 의무적으로 작은도서관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작은도서관 활동가들은 대부분 비전문가로서 모든 것을 직접 준비하고 꾸려가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한 제안은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사람 모두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의 모습은 모두 아름답다
저자는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또 전국 단위의 작은도서관 모임을 조직하고 이끌어가면서 다양한 나라의 도서관을 탐방하고, 그들의 독서 문화를 보았다. 이 책은 그중에서 독일과 핀란드, 덴마크, 스웨덴의 도서관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독일에서는 메르헨가도를 중심으로 하나우, 슈타이나우, 카셀, 브레멘, 하멜른, 괴팅겐, 알스펠트 등 그림 형제와 관련된 도시의 도서관을 탐방했다. 독일의 도서관은 웅성거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람이 붐빈다. 단지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니라 가족 단위로 모여 보드게임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호수의 나라 핀란드의 도서관은 평등주의 원칙의 교육제도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개방되어 있고, 특히 이동도서관 버스가 활성화되어 있다. 대통령 부부가 직접 나서서 독서 캠페인을 펼치는 핀란드는 책뿐 아니라 그림, 조각, 사진 등 예술작품도 대출한다.
스웨덴에서는 도서관이 기본적으로 문화의 중심이자 생활의 중심이다. 어느 도서관이든 대중교통과 접근성이 좋고, 다양한 행정 업무도 도서관에서 처리할 수 있다. 특히 난민들이 정착을 위해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도서관이다. 시스타도서관이라는 곳은 25명의 직원 중 5명이 15개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덴마크는 곳곳에서 안데르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덴마크의 도서관들은 고전 건축과 현대 건축이 공존하며, 지역의 역사성을 건축물을 통해 남기고 있다. 폐쇄된 조선소 건물을 개축한 도서관 쿨투어베레프트는 단지 구조만 변경한 게 아니라 다양한 장치와 프로그램으로 그곳의 역사성을 간직하고 있다. 책을 읽고 빌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도서관 건물 자체로 하나의 문화를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