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지금과 다른 교사, 다른 교육의 형상을 그리고 있는 이들의 상상과 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필자들은 작금의 교육 현실이 ‘최선’이 아니라고 믿는, 믿지 않고서는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오늘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이들은 ‘불온한 교사’다.
이들이 그리는 교사와 교육의 상은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군림하지 않고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는 교사,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교사, 그리고 대학이 전부라고 가르치는 대신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교육, 학교라는 닫힌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교육…….
좋은 교사를 꿈꿨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입에 담아 봤을 만큼 평범한 어휘들이다. 그런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이란 것들이 참 평범하지 않다.
상상 하나. 좌우도 없고 위아래도 없다
‘졸라’ 평등한 우리는 가능할까? |엄기호
- 교사와 학생이 우정의 관계이어야 하는 까닭
‘쓸데없는 생각’의 쓸 데 있음/ 배움은 독백이 아니다/ 우정, 평등한 두 주체의 만남/ 서로의 가능성이 대화하게 하라/ 불화를 통해 지향하는 더 큰 질서/ ‘씨발’과 ‘졸라’의 시적 정취
가르치는 존재의 배움에 대하여 |이혁규
- 실천적 공동체의 공동체적 실천
습속으로서의 보수성에 대한 저항/ 수업을 비평한다는 것/ 위기의 세 가지 계기/ 덜 가르치고 더 배우라/ 잊혀진 상상력을 깨우는 실천적 지식
분발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정용주
- 의존의 존엄성
교육의 탄생/ 학교는 누구를 길러 내나/ 교육과정은 국가의 것인가/ 수업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 탁월함에 저항하라/ 불온, 불화하는 것/ 페다고지를 향해 - 의존의 존엄성/ 진정한 교육은 탈교육에 있다
상상 둘. 우리의 혼돈은 당신의 선정善政보다 아름답다
불온을 아십니까? |김수현
- 사부작사부작 관행에 실금 내기
학교 시계는 거꾸로 간다/ 아직도 학교가 ‘교육적’으로 보이니?/ 존재하기 위해 존재하는 학교/ 관행에 균열 내기/ 불온은 불온을 낳고/ 교사 : 학생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사람
지식은 권력이 아니다 |이영주
- 우리 교실을 해방구로 만드는 법
민주화를 위한 과도기/ 인권과 평화 정착시키기/ 시스템에 저항하라/ 아이들과 함께 교실 바꾸기/ 교사의 지식 권력을 깨는 협력학습/ 천천히, 수다 떨면서, 실패를 반복하기/ 내 교실을 열린 해방의 공간으로
나만 잘 먹고 잘 살자 |류명숙
- 아이들을 이해하는 교사가 되기 위한 역설
배반의 역사/ 지금, 현실을 살고 있나요?/ “선생님 자식이나 잘 가르치세요!”/ 겁쟁이 교사, 똑똑한 아이들/ ‘상처 주는 일만은 하지 말자’
상상 셋. 아웃 오브 스쿨
잃어버린 노동을 찾아서 |채효정
- 당신들의 집과 학교를 거부한다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개인들/ 본연의 집 : 생산과 노동, 교육, 문화의 공동체/ 해체되는 집/ 노동하지 않는 사람들의 학교/ 감정 노동과 일탈의 등가교환/ 집의 재구성/ 집도 학교도 아닌, 집이면서 학교인 자립의 공동체
생각하는 손과 비빌 언덕으로 |사이다
- 학교를 넘어 꼬뮌 만들기
대안이 안대를 하고 있다/ Learning by doing, Doing by learning/ 마을로 침투하라!/ 생각하는 손과 몸/ 졸업, 대학, 딜레마/ 부빌 언덕이 되어 주기/ 학교를 벗어나야 한다
이상理想을 살다 |하승우
- 삶으로 울려 퍼지는 공명의 교육
살지 않는 이상은 미래에만 존재한다/ 모던스쿨과 아나키즘 교육론/ 학교라는 공간은 교육에 적합한 장인가/ 격리된 학교에 교육은 없다/ 무엇을 사랑해야 하는가/ “경쟁만 하는 사회가 어딨어?”/ 당신은 주체로서 무엇을 할 것인가
최근작 :<문화과학 119호 - 2024.가을> ,<우리가 몰랐던 정치 이야기> ,<청(소)년 정치 참여 길라잡이> … 총 77종 (모두보기) 소개 :정치학자이자 활동가로서, 민주주의란 무엇이고 그것을 실현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 왔다. 대학의 학생들부터 시민단체나 주민단체의 회원, 협동조합의 조합원, 정당의 당원, 노동자, 농민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지역에서 대안을 고민하며 해답을 찾고 있지만 아직은 출렁이는 단계이다. 정통 노선의 후계자보다 이단의 지지자로 살 마음을 먹고 있다.
이후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고, 『정치의 약속』, 『아렌트의 정치』, 『껍데기 민주주의』, 『민주주의에 반(反)하다』 등을 썼으며, 『프루동 평... 정치학자이자 활동가로서, 민주주의란 무엇이고 그것을 실현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해 왔다. 대학의 학생들부터 시민단체나 주민단체의 회원, 협동조합의 조합원, 정당의 당원, 노동자, 농민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지역에서 대안을 고민하며 해답을 찾고 있지만 아직은 출렁이는 단계이다. 정통 노선의 후계자보다 이단의 지지자로 살 마음을 먹고 있다.
이후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고, 『정치의 약속』, 『아렌트의 정치』, 『껍데기 민주주의』, 『민주주의에 반(反)하다』 등을 썼으며, 『프루동 평전』(조지 우드코크), 『국가 없는 사회』(에리코 말라테스타) 등을 번역했다.
최근작 :<서울리뷰오브북스 15호> ,<부자 되기를 가르치는 학교> ,<[큰글자도서] 돌봄이 돌보는 세계> … 총 20종 (모두보기) 소개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해직 강사. 2011년부터 경희대에서 ‘대안 사회 구상하기’, ‘예술과 정치’ 등 인문 사회 과목을 강의해 오다 2016년 해고되었다. 이후 부당 해고와 차별적 강사 제도의 시정을 요구하고, 대학의 기업화와 비민주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수요 집회와 잔디밭 강의 등으로 학내 투쟁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서양 정치사상을 전공했다. 하이데거의 ‘테크네techne’와 포이에시스poiesis’ 개념을 토대로 기술·예술론에 대한 석사 논문을 쓴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몸의 정치, 생명정치, 정치미학 등 정치에서 생명과 감각과 감정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 박사 수료를 마치고 고대 ‘오이코노미아oikonomia’ 개념을 재해석함으로써, 여성과 노동을 중심으로 고대 민주주의와 생명정치론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1999년 교육 운동 단체인 ‘학벌없는사회’의 창립 멤버로 참여하여 활동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학교 밖 청소년과 함께 하는 인문학 교실 - 삶은 달걀?’, ‘거리의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떡볶이 교실’이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했는데 이것이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 이때 만난 선생님들과 청소년들에게서 배운 것이 큰 힘으로 남아 있다.
정치, 인문·예술, 교육 분야에서 이론과 현실, 사유와 실천을 잇는 ‘현장 연구자’가 되고 싶다. 지배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배당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식인이 되고 싶고, 함께 싸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고통에 대해 공명하는 존재인 인간과 민주주의가 희망이다. 함께 쓴 책으로 《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 《상상하라 다른 교육》, 《교육 불가능의 시대》 등이 있다.
최근작 :<한국 교육의 오늘을 읽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능력주의와 불평등> … 총 18종 (모두보기) 소개 :초등 교사이며 교육학을 전공했다. 교육공동체 벗에서 발행하는 격월간지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 겸 편집위원장을 맡아 다양한 주제로 교육을 비평하는 글을 써 왔다. 저서로 《교육학의 가장자리》가 있으며, 공저로는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능력주의와 불평등》,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가장 인권적인, 가장 교육적인》, 《교육 불가능의 시대》 등이 있다.
최근작 :<한국의 교사와 교사 되기> ,<교사학습공동체의 이론과 실제> ,<수업 비평가의 시선> … 총 20종 (모두보기) SNS :lhk97@ cje.ac.kr 소개 :청주교육대학교 총장
수업과 학교 혁신, 한국 교육 생태계의 변화를 위해 연구하고 실천해 왔다. 1987년에 서울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하여 중·고등학교에서 10년 2개월 동안 가르쳤다. 1997년부터 청주교육대학교에서 현장과 함께 호흡하는 연구와 실천을 하면서 예비 교사를 양성하고 있다. 한국사회과교육학회 회장, 한국열린교육학회 회장, 한국교육인류학회 부회장으로 일했으며,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도 오랫동안 활동해 왔다. 수업과 학교 혁신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현장의 다양한 교원단체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2019년 12월에 청주교육대학교 제19대 총장 선거에 단독 출마하여 94.04%의 환산 득표율을 얻었다. 이 득표율의 무게감이 종종 가슴을 내리누른다. 2020년 3월 27일부터 소위 ‘코로나 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모두가 존중받는 즐거운 학교’, ‘더불어 연구하고 실천하는 학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랑스러운 학교’를 공약하였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 올바른 의사결정과 민주적 리더십이 무엇인지 매일 고민한다. 한국 교육이 새로워져서 세계 사람들이 우리 교육을 배우러 오는 미래도 꿈꾸며 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수업 비평가의 시선》, 《수업, 누구나 경험하지만 누구도 잘 모르는》, 《한국의 교육 생태계》,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 《교과 교육 현상의 질적 연구》가 있고, 함께 쓴 책으로는 《수업, 비평을 만나다》, 《수업 비평의 이론과 실제》, 《실행연구방법》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9월 11일 이후의 감시》가 있다. 언젠가 캠핑카를 빌려서 전국의 학교를 방문하면서 배우고 교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산다. 정년을 맞이하기 전에 여러 나라의 수업을 관찰하여 국제 수업 비평에 관한 책을 내는 것도 여전히 숙제로 안고 있다.
최근작 :<부자 되기를 가르치는 학교> ,<상상하라 다른 교육>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초등노동교육연구팀 연구원.
내가 교실에서 행한 참교육에 책임지려고, 오늘도 ‘일하는 사람 모두의 노동 기본권’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그리 살고자 하면 뻔하게 예상되듯, 지금은 해직 교사로 학교 밖에서 ‘참교육의 AS’에 임하고 있습니다.
최근작 :<[큰글자도서]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큰글자도서]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큰글자도서]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총 52종 (모두보기) 소개 :울산에서 나고 자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폭력적이고 부패한 교사를 만나 교육과 학교에 대한 문제의식에 눈떴다. 전교협 해직교사들의 편지글 모음인 《내가 두고 떠나온 아이들에게》를 중학교 때 읽으며 다른 교육의 가능성을 갈망하게 되었다.
사회학과에 진학하였지만 학부 시절에는 거의 공부를 하지 않고 가톨릭학생회 동아리 활동에 푹 빠져 있었다. 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하고서야 공부를 시작하였지만 곧 국제단체에서 일하자는 제안을 받고 국제가톨릭학생운동 아시아․태평양 사무국에 나갔다. 당시 한창 달아오른 반세계화 현장에 참가하며 주로 대학생들의 사회의식을 고양하는 양성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했다.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하자센터에서 글로벌학교 팀장을 하고 늦은 공부를 마무리하기 위해 문화학과 박사과정에 들어가 신자유주의와 청년 하위문화를 주로 연구하였다. 돌아보면 늘 교육의 언저리에서 살아온 셈이다.
성장이 불가능한 시대의 페다고지를 만드는 것을 삶의 화두로 삼고 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교육공동체 벗’에서 발간하는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을 맡았다. 2013년 박사학위를 마치고 덕성여대 겸임교수를 거쳐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교수로 일하고 있다.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2018), 《공부 공부》(2017),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2016), 《단속사회》(2014),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2013),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2011),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2010),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2009), 《닥쳐라, 세계화!》(2008)를 냈고, 이 외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공부 중독》 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최근작 :<상상하라 다른 교육> 소개 :성미산학교 교사
10대들과 함께 오리무중, 애매모호, 암중모색하는 일들을 즐기고 있지요. 살아가는 삶들이 서로 어떻게 만나는지, 어떻게 서로 변화시키는지, 실감해 보고 싶은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최근작 :<상상하라 다른 교육> 소개 :경기 광명 충현고 교사
학생인권 관련 일에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스스로 부족한 것을 깨닫고 성공회대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오늘의 교육》에서 지면을 빌려 준 덕분에 학교와 교육에 대한 날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함께 쓴 책으로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등이 있습니다.
현실을 흔드는 힘, 상상
《상상하라 다른 교육》은 시대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지금과 다른 교사, 다른 교육의 형상을 그리고 있는 이들의 상상과 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필자들은 작금의 교육 현실이 ‘최선’이 아니라고 믿는, 믿지 않고서는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오늘을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이들은 ‘불온한 교사’다.
이들이 그리는 교사와 교육의 상은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군림하지 않고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 주는 교사,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교사, 그리고 대학이 전부라고 가르치는 대신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교육, 학교라는 닫힌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교육…….
좋은 교사를 꿈꿨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입에 담아 봤을 만큼 평범한 어휘들이다. 그런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이란 것들이 참 평범하지 않다.
엄기호는 ‘지랄’, ‘미친’ 등의 소외된 어휘를 활용해 수업하고, 정용주는 장학사가 오면 교실 문을 잠그며, 이영주는 커닝을 장려한다. 김수현은 학교에서 참고하라고 준 지난해 사업 자료를 못 본 채 하고, 류명숙은 맘이 안 가는 아이를 떠올리며 ‘예쁘다, 예쁘다’라고 자기 최면을 건다. 사이다는 대학 가겠다는 제자들을 뜯어 말리고, 하승우는 자꾸 같이 밥 먹고 술 마시자고 보챈다.
쉽게 납득되지 않는,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행동들이다. 물론 책을 읽고 나면 이 모든 행동은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상상은 낯익은데 실천이 이렇게 낯설다는 점이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상상만 하고 그 상상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을 고민하거나 시도해 보지 않았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상(理想)을 향한 길은 이렇게 이상(異常)한 길이 아닐까? 그래서 불온하다는 말을 들어야 하고, 그래서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그럼에도 우리는 저 ‘좋은 말’들을 주머니 속에 곱게 접어 넣어 둔 채 계속 주어진 길만을 답습하며 현실의 벽을 단단하고 높게 쌓아 올리는 데 동참해 왔던 것은 아닌가.
때문에 아홉 명의 저자들은 독자들에게 두 가지를 집요하게 요구한다. 현실에 짓눌린 상상을 꺼내 마음껏 펼쳐 볼 것, 그리고 현실과의 고리를 만들어 지금 이 자리에서 조금씩 구현할 것. 그렇게 현실의 외연을 넓히고 다른 교육의 가능성을 키워 가는 것이다. 저자들 역시 자신의 성공담을 설파하는 ‘프로’가 아니라 무던히 실패하고 또 다시 시도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은 끊임없이 상상을 현실로 끌어당기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은 교육공동체 벗에서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5주에 걸쳐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 추운 시즌’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강의 아홉 편을 엮은 것으로, 불의한 시대의 생생한 교사론을 담은 (시대의 역작)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의 후속편이다.
현실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는 상상, 그 안에는 시공(時空)을 흔드는 힘이 있다. 불온한 교사를 위한 두 번째 책 제목이 ‘상상’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좌우도 없고 위아래도 없다’, ‘우리의 혼돈은 당신의 선정善政보다 아름답다’, ‘아웃 오브 스쿨’로 이어지는 책의 순서는, 가르치는 존재와 배우는 존재의 관계 - 학교 공동체 - 학교 밖 사회로 점점 넓어지는 사유의 흐름을 좇는다.
1부 ‘좌우도 없고 위아래도 없다’ 편은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필자들은 교사와 학생(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면서 가르치는 자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시도한다.
엄기호는 <‘졸라’ 평등한 우리는 가능할까>에서 교사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숙고한다. 그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자기 주도 학습이 유행하며 교사가 필요 없는 존재처럼 되어 버렸지만 무질서처럼 보이는 더 큰 질서의 아름다움은 먼저 본 사람이 가르쳐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교사의 존재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렇게 교사와 학생은 서로에게 들을 만한 이야기를 해 주는 관계이고 이는 우정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이혁규는 <가르치는 존재의 배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전통적 공부에 대한 개념이 허물어지고 가르치는 존재와 배우는 존재가 제도적으로 이분화되면서 교사는 가르치기만 하고 배우는 데 서툰 존재가 되었고, 이것이 교육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는 교사에게 덜 가르치고 더 배우라고 주문한다. 교육 현장을 민감하게 들여다봄으로써 가르치는 ‘기술(techne)’이 아닌 실천적 지식을 쌓으라고 말이다.
교육과정, 평가, 교육이라는 말 자체까지 불온하게 바라본 정용주는 잠재력이라는 관점에서 교사와 학생,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평등하다고 말한다. 때문에 탁월함에 따라 배치되는 사회질서에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열심히만 하면 다 할 수 있다며 자기 착취를 독려하는 사회에서 ‘하지 않는 저항’을 하라고 책동한다. 하지 않고 그 영역을 비워 둘 때 비로소 새로운 상상력이 가동된다는 것이다. 그는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며 모두가 잘해야 하는 사회가 아니라 <분발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서로 의존해도 되는 공동체를 상상하라고 제안한다.
2부에서는 공동체를 들여다본다. 필자들의 학교 또는 교실은 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이다. 이들은 혼돈을 잠재우려고 애쓰는 대신 민주주의의 의미를, 학교와 교육의 역할을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말한다. ‘우리의 혼돈은 당신의 선정(善政)보다 아름답다’고.
<지식은 권력이 아니다>를 쓴 이영주는 헌법이 지켜지는 교실을 꿈꾸며 인권 규칙 외의 다른 쪼잔한 규칙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린다. 교실은 한바탕 혼란에 휩싸인다. 하지만 그는 이것이 민주주의를 향한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그는 교사의 지식 권력을 줄이고 학생들끼리 서로 돕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협력학습을 시도한다. 교사 자신이 살고 싶은 미래를 상상해 당장 내 교실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불온을 아십니까?>의 필자 김수현은 불온계의 유쾌한 젊은 피다. 그는 ‘도를 아십니까?’ 방식으로 동료 교사들에게 불온을 전파하고 다닌다. 불합리하거나 관료주의적인 관행을 깨고 싶어서 전년도 자료를 캐비닛에 숨기고는 부지런히 새로운 시도를 한다. 교사들의 이기주의라는 벽 앞에서 무수히 좌절하지만 자신의 ‘실금 내기’가 다른 동료, 선배, 후배 교사들에게 자극을 준다 믿고 사부작거리는 실천을 늦추지 않는다.
<나만 잘 먹고 잘 살자>를 실천하며 사는 류명숙은 면 단위에 위치한 작은 학교에서 근무한다. 이 학교는 한때 폐교 위기에 있었지만 ‘마을 학교’로 인구에 회자되며 학생 수가 부쩍 늘었다. 이것으로 해피엔딩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른바 ‘부적응’ 학생도 함께 늘어나면서 학교는 바람 잘 날이 없어졌다. 학교폭력 사건도 무수히 발생한다. 하지만 그는 가해 학생까지 끌어안고 상처를 어루만진다. 비폭력 교육 방식에 항의하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자신은 이 ‘특별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할 때 바로 자신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3부 ‘아웃 오브 스쿨’ 편은 학교 밖으로 눈을 돌린다. 교육의 변화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것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으며 그 두 가지는 함께 사유돼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제 교육은 집과 만나고, 지역과 만나고, 다른 사회의 질서를 함께 사유한다.
채효정은 <잃어버린 노동을 찾아서>에서 애초 교육의 공간이었던 집과 지금 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학교 모두에서 노동이 빠져 있는 현실에 문제를 제기한다. 노동은 천시받아야 하는 무엇이 아니며, 청소년들이 집과 학교에서 노동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노동할 권리를 빼앗긴 것이고 그와 함께 정치적 권리, 사회적 목소리도 함께 잃어버렸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그는 노동을 불러와 새롭게 집과 학교를 재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성미산학교에 근무하는 사이다는 <생각하는 손과 비빌 언덕으로>에서 대안학교에서조차 대학으로만 수렴되는 현실, 항상 ‘준비’의 과정으로만 여겨지는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기를 꿈꾼다. 대학 아닌 다른 삶을 선택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누군가를 만날 수 있고 불안해하지 않으면서 재미난 일을 상상할 수 있는 ‘공공의 지대’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하승우는 <이상理想을 살다>에서 교육이 외부의 편견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니라 자기 속에 있는 에너지를 키우고 다른 사람과 어떻게 같이 쓸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힘을 같이 쓸 수 있는 사회질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상’은 지금 살지 않으면 영원히 미래에만 존재할 것이라고 안 된다고 넌지시 조언한다. 실패의 경험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넘어져야만 받쳐 주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