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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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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1만 명 이상의 환자를 상담·치료해온 전홍진 교수의 저서. 서양인과 한국인의 우울증 양상 차이, 국내 스트레스와 자살 연구 등을 대규모로 주도해온 그는 그간의 임상시험 및 상담 사례를 대거 방출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온 이들 대부분은 우울증이라는 진단이 나와도 ‘나는 우울증이 아니’라고 대답한다. 이때 말을 바꿔 ‘당신은 매우 예민한가’라고 물으면 그들은 ‘맞다, 나는 예민한 편이다’라며 수긍한다. 더욱이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와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 가운데 다수가 ‘나는 매우 예민한 편’임을 인정한다. 저자는 바로 이 때문에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썼다. ‘매우 예민하다’는 성격적 특성에 주의만 기울인다면 정신과 상담이나 약물 치료 없이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전 교수는 특별히 골라낸 40명의 사례를 통해 예민성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 여행을 가서 평소 쓰던 샴푸를 꼭 가져가야 하는 사람이 있다. 잘못하면 두피가 뒤집어지니까. 민감성 피부 얘기다. 이런 특성은 대인관계, 감정, 신체를 감지하는 면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를 ‘매우 예민한 사람’이라 부른다. 저자는 예민해서 사는 게 힘든 사람들을 오랫동안 진료하고 연구하며 쌓아온 경험을 이 책으로 단번에 대방출했다. 그는 예민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그리고 우울, 불안, 공포, 분노가 알고 보면 서로 한통속이라 걸 보여준다. 이 책의 장점은 외국 연구나 사례가 아닌 저자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 진료실에서 직접 만난 수많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예민한 기질은 흔히 만날 수 있고 누구나 조금은 갖고 있는 성향임을 알 수 있다. 몰라서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힘들어했던 것이다. 예민한 나를 알고 에너지와 대인관계를 잘 관리하면 우리 마음은 훨씬 평온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지름길을 알려주는 꼼꼼한 가이드북이다. 평소 자신이 예민한 성격이라고 여겨온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다. 단점으로 여겨온 예민함이 섬세함과 신중함이란 장점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 대학병원 교수라면, 그것도 명망 있는 대학의 교수라면 왠지 어려운 말만 할 것 같다. 설명은 복잡하고, 한 번 들어서는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도 모를 듯싶다. 이 책은 그런 선입견을 멀리 벗어난다. 그의 설명은 어렵지 않다. 그저 남들보다 예민하기에 힘든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괜찮다며, 그럴 수 있고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며 먼저 위안을 건넨다. 그리고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쉬운 처방을 내린다. 얼핏 단순해 보이는 처방이지만, 단순하기에 실천할 수 있는 처방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천할 수 있어야 변화가 이뤄진다. 그는 자신이 연구를 통해 알게 된 넓은 지식을 자랑하려들지 않는다. 그저 자기 앞에 온 사람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 겸손하고 소탈한 그의 성격을 이 책은 똑 닮았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동아일보 2020년 7월 25일자 '책의 향기' - 세계일보 2020년 8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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