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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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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민중 반란은 지극히 소박한 동기에서 출발한다. 반란 주동자들은 아무런 의미 없이 죽기를 거부한 이들이며, 최소한의 삶을 폭력으로 실현하고자 한 이들이다. <수호전>이 그려낸 세계 또한 그러한 ‘위기의 시대’에 대한 문학적 반작용이며 그 최초의 일갈이 입에서 입을 거치고 붓에서 붓을 돌아 디테일이 보강된 장대한 서사시다.
당대의 현실을 얼마나 잘 묘사하고 진정성 있게 토로했는가의 문제는 <수호전>이 순환하는 역사 속에서 후대까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충분히 입증되었다. 우악스러우면서 섬세한 노지심, 독하고도 날렵한 임충, 인간이 아니라 신장神將 같은 무송, 천진난만하면서도 잔혹한 이규, 그리고 반금련과 왕노파 등 이런 인물들이 일으키는 생동감 넘치는 사건이 <수호전>을 읽는 재미다. 그런데 국내에 번역된 기존의 <수호전>에서는 이런 감동을 느낄 수 없다. 내용이 지나치게 평탄하고 중요한 부분을 아주 많이 빼거나 생략했고, 원전에는 인물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옷차림의 세세한 부분까지 상세히 묘사되었지만 이것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고, 상황 묘사 또한 생략하거나 얼버무리는 때가 많았다. 이번 <수호전>에서는 생동감 있는 표현과 세밀한 부분의 묘사들도 빠짐없이 번역함으로써 원전의 맛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했다. : “나는 청소년 시절에 『삼국지』 『수호전』과 함께 동서양의 고전 저작을 폭넓게 읽었다. 그때 내가 본 것은 언제나 책 바깥의 내 곁에 비슷한 꼴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어내는 삶이었다. 그 인지상정은 어른이 되어 현실을 바라보는 내 시선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번 『수호전』은 요즘 독자들의 독서 습관과 기대 심리에 맞게 원전을 가감하지 않고 전체를 옮겼으니 『수호전』에 펼쳐진 인간 군상을 제대로 만나볼 채비를 갖췄다고 할 만하다.”
: “고전은 늘 우리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수호전』에 등장하는 사회와 인간 군상의 모습은 천 년 세월을 지난 오늘날의 디지털 사회에도 전혀 낯설지 않다. 어떤 현대소설보다도 흥미진진함으로 무장한 『수호전』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갈 필수적인 지혜인 인간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얻어보자.”
: “이번에 선보이는 『수호전』 완역본의 가장 큰 미덕은 문장이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유려하다는 점이다. 한 문장 한 단어 꼼꼼히 옮기며 적절한 어휘를 선택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술술 읽히는 가독성이 일품이다. 『수호전』 읽는 맛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감히 평가할 수 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2년 10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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