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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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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처음으로 현장을 포기해야 했다. 온라인으로 열렸던 그해 볼로냐 라가치상 심사위원들은 여행가방을 챙기는 아이의 이야기를 픽션 부문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책은 이미 2019년에 '처음 경험하는 이별 앞에서 상실감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 이야기를 주목한다'는 의미로 오스트리아 아동청소년문학상을 받았지만 2020년의 의미는 더욱 각별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갈 수 없는 코로나 시대에 지혜로운 아이디어를 주는 책'(굿리즈닷컴), '새로운 출발 앞에 선 아이에게 용기를 주는 책'(쥐트 도이칠란드 차이퉁)이라는 해외 리뷰처럼 단절의 시대에 용기와 지혜를 주는 책이라는 의미를 더하게 된 것이다. : 이란인 작가와 독일인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들어 낸 주목할 만한 그림책. 정교한 연필 일러스트로 초현실적인 느낌이나 장소에 대한 감각,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책은 이사를 가거나 어떤 변화를 겪을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라고 해도 여행가방에 모두 들어갈 수 없다는 인생의 진실 등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것은 이주와 추억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독립을 배우며 상실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 이야기기도 하다. : 이별하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이야기다. 아이들의 내면적인 힘을 온전히 믿고 미래를 희망찬 시선으로 응시하도록 한다. : 세피데 새리히는 이별이라는 무거운 이야기를 간결한 문장으로 엮어내고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여줌으로써 이해하기 쉽고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작가는 그림책 속 작은 주인공이 스스로 자신이 처한 딜레마에서 빠져 나갈 방법을 찾도록 하는데 그 출구는 감성적이고 환상적이다. 주인공의 방식은 이를 지켜보는 우리들의 생각과 감각에도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율리 푈크는 섬세하고 정교한 스케치로 식탁, 어항, 배나무 등 작은 물건들을 어린이가 주의깊게 관찰하는 눈으로 하듯 묘사해내고 있다. 화가는 바다를 주인공이 사랑하는 것들이 재미있게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설정하고 절제하며 표현하고 있다. 소녀 혼자서 이별의 고통을 겪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결정해나간 것은 아니다. 부모님은 소녀의 정신적인 힘을 신뢰하며 지켜본다. 책의 결론에서 보듯 그것은 옳았다. 소녀는 새롭게 시작하고 용기를 낸다. :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보기 위해 우리가 좋아하는 곳에 갈 수 없는 격리의 시대에 이 책은 우리의 가슴을 벅차게 한다. 팬데믹으로 아무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는데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책의 어린 여자아이와 가족들이 새로운 나라로 이주할 때처럼 우리는 창의적이고 영리해야 한다. 주인공은 추억을 간직하는 방법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를 줄 것이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뿐 아니라 혼자서 책을 읽는 어린 독자한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동아일보 2021년 5월 22일자 '어린이 책' - 한겨레 신문 2021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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