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종로점] 서가 단면도
|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으로 30만 명의 독자들에게 인생을 경영하는 지혜를 선사했던 강상구 저자의 신작이다. 저자는 ‘오십의 운명론’을 펼치기 위해 두 가지 도구를 사용한다. 동양의 명리학과 서양(그리스)의 비극이 그것이다. 얼핏 봐서는 연결 고리가 없어 보이지만, 명리학과 비극은 운명의 굴레에 갇힌 인간의 조건을 탐구한다는 측면에서 깊이 통하는 측면이 있다. 신탁이 운명이라면, 사주팔자도 운명이다. 이 책은 그리스 비극 속 등장인물들의 삶을 명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삶이 가하는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운명과 진검승부를 벌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미래를 타진하는 비극 속 영웅들의 모습은 ‘주어진 운명은 바꿀 수 없다’는 체념의 숙명론을 능동의 운명론으로 전환시킨다.
우리는 흔히 명리학을 ‘미래를 점치는 방법론’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 명리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이다. 명리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하는 내 행동의 이유를 파악하는 일이다. 즉, 내 운명을 꼬아버리는 힘이자 내 운명을 ‘꽃길’로 만드는 힘이기도 한 내 성격의 근원을 깨우치는 작업이다. 타고난 ‘명(命)’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운(運)’은 바꿀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의 사주를 스스로 보고 해석할 줄 알게 되면 내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꿈과 욕망을 직시하게 되면 그것을 성취해낼 올바르고 적절한 방책을 모색할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곳에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고 미래의 변화를 창조해낼 에너지가 숨어 있다. 고통과 환란 속에서도 끝내 자기답게 살아가고자 했던 비극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남은 인생을 가장 나답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정신과 의사라도 사람의 마음이 무엇인지 근거 없이 추측하지 않는다. 상담과 분석을 통해 어떤 마음의 상태인지, 어떤 사람인지를 탐색해 간다. 잘 알려진 프로이트의 심리 분석이 자기도 몰랐던 숨겨진 마음까지 알려주는 지도라면, 사주론은 타고난 성정과 기질을 알려주는 유용한 도구일 것이다. 명리학은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인간의 성정(性情)과 기질(器質)에 대한 통계적 분석이다. 팔자(八字)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할지 판단하는 주체는 자신인 셈이다.
나는 정신과전문의로 환자들이 팔자까지도 잘 활용해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 책을 통해 ‘사주팔자’라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가 높아지고, 자신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기를 바란다. 누구나 겪는 삶의 고뇌와 난관을, 자기가 가진 강점을 활용해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22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