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사 정혜신과 심리기획자 이명수가 전하는 나의 결대로 나의 호흡대로 살기 위한 치유 공감. 지난 5년간 홈페이지에 연재하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던 '그림에세이'는 두 사람이 나누어온 생각의 결실로서, <홀가분>은 그중에서 엄선한 105편의 글들과 여운을 주는 전용성 화백의 담백한 그림이 어우러져 치유의 에너지를 한가득 선사한다.
제목인 '홀가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할 때 즐겨 쓰는 430여 개의 단어 중 긍정성을 뜻하는 쾌(快)의 최고 상태로 꼽은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은 바로 세상의 기준과 시선에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 어떤 경우에도 나를 사랑하고 지지함으로써 온 마음으로 홀가분해질 수 있도록 응원하는 독특한 형태의 심리처방전이다.
저자는 속깊은 치유자의 시선과 언어로 지치고 아픈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맹목적인 세상살이의 이면을 날카롭게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삶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심리적 자기 보호는 호들갑이 아니라 실력이다'는 명제가 이기적인 수사가 아닌 행복한 삶의 진리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작가 자신의 내밀한 체험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들려준다. 또한 감성적인 문체 속에 풍부한 심리학적 근거를 자연스럽게 담아내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혜신 (지은이)의 말
“이것으로 충분하다”
아침 출근길은 나에게 설렘 그 자체다. 어느 회장님처럼 일할 생각에 신나서가 아니라 출근길에 내 짝과 함께 나누는 사유의 성찬이 특별히 맛나고 푸짐해서다. 양평 산마을에서 서울 사무실까지 오는 동안 그와 내가 탄 자동차에는 온 세상이 담긴다. 첨예한 사회적 현안에서부터 소소한 가정사, 중요한 업무 논의, 특정인에 대한 뒷이야기, 계절마다 제 빛깔이 황홀한 6번 국도의 자연풍광까지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가끔 격렬할 정도의 논쟁이 있기도 하지만 그 얘기들이 모아지는 귀결점은 자기성찰과 진짜 잘 사는 것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다.
이렇게 그와 내가 나눈 사유의 결과물이 바로『홀가분』이다. 7음계의 조합만으로도 수억 개의 서로 다른 곡들이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자기성찰을 축으로 하는 서너 개의 고민이 변주된 형태가 여기에 실린 105편의 심리처방전이다. 그것은 그대로 그와 내게 내재된 삶의 철학인 동시에 한계점이다. 그러므로 이 글들이 만병통치를 자신하는 약장수의 영험한 약 같은 처방전일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자기를 돌아보고 보듬어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심리처방전의 역할로는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