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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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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문예지에 발표한 네 편의 중편소설 '인간 연습', '인간의 문', '인간의 계단', '인간의 탑'을 이듬해 연작 장편소설로 묶은 <불놀이>. 해방 이후 좌우의 이념대립이 극명했던 벌교를 중심으로 이념 이전에 감정의 혼란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한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어판, 프랑스어판, 독일어판으로도 출간되었다.
<대장경>(1972년)에 이은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문학평론가 황국명은 "역사에 대한 거시적 안목과 통찰이 돋보이며 격렬한 사회 변동에 가족사를 정교하게 접목시키고, 역사적 삶에 최대로 밀착하면서 또한 개체의 운명을 섬세한 촉수로 감지해낸다"고 평한 바 있다. 여순반란사건과 6.25전쟁을 겪으면서 한 마을의 세습된 지주 집안과 그 밑에서 농노처럼 억눌려 살아온 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학살과 복수의 한 맺힌 악순환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사건이 있은 지 29년 동안 가족도 모르게 숨겨온 과거가 한순간 드러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50대 남자의 불안으로 시작된다. 지주 집안의 장정 38명을 찔러 죽이고 남의 아내마저 겁탈해 인면수심의 존재처럼 보이는 주인공은, 동학농민운동의 실패로 숨어 살아야 했던 집안의 자손이면서 자기 아내가 몰매 맞아 죽을 때 손 한번 써보지 못한 채 정신적 불구가 된 아들 역시 품어낼 수 없었던 비운의 인물이다. 작품 속에는 봉건 제도가 무너져버린 후에도 토지소유나 생산의 관계는 끈질기게 남아 있었음이 여실히 담겨 있으며, 일본제국주의가 벌인 식민지 수탈정책까지 그 위에 겹쳐져 땅을 갈면서도 그 위에 삶은 세울 수 없었던 핍박받던 사람들의 한이 그려져 있다. 추리적 사건전개에서 시작해 민중의 설움과 분노를 다이내믹하게 펼쳐낸 작품. 작가의 말 : <불놀이>는 조정래가 이룩한 문학적 봉우리의 하나며, 삶의 굽이마다 놓인 인간사의 다양한 곡절과 갈래를 감동적으로 형상화 하였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Books 북Zine 2011년 8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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