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고, 변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지식이 그것을 알아주건 몰라주건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것, 학문에게는 그런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우리가 그런 것을 잘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그 너무나도 가까운 당연함, 낯익음, 익숙함, 그런 성격으로 인해 시선에서 미끄러지기 때문이며, 혹은 그 얼굴이 시대와 사회의 빛에 따라서 달리 비쳐짐으로 인해 시선을 혼란시키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쳐진 다양한 얼굴들이 곧 ‘언어’고 ‘개념’이다.
‘언어’와 ‘개념’의 진폭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머무르는 대상은 있다. 저자는 여기서 그 ‘변하지 않는 것’의 얼굴을 ‘본연’이라는 이름으로 포착하였다. ‘본래 그런 것’, 이것은 사실 엄청난 주제로서, 존재나 로고스나 법칙이나 도나 이치나 하는 그런 거창한 주제들과 친척관계에 있다. 이것에 대한 논의는 일종의 거대담론이라 할 수 있는데, 저자는 그런 말을 이 책에서 풀어놓고자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지금까지 발표해온 다른 글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는다. 이 책은 ‘누군가에 대한’ 연구가 아니고 ‘무언가에 대한’ 연구에 속하는 것으로, ‘철학 그 자체’이기를 지향한다. 따라서 이것은 ‘문제 그 자체를 향한’ 독자적 시선을 갖는다. 저자는 위대한 선철들의 사상을 철저히 탐구하고 이해하되, 결국은 그것을 벗어나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는 ‘그다음의 과감한 일보’가 중요함을 촉구한다.
최근작 :<공자 어록> ,<질을 위한 철학> ,<하이델베르크와 프라이부르크의 사색 일지> … 총 40종 (모두보기) 소개 :일본 도쿄대 대학원 인문과학연구과 철학전문과정 수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하이데거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하이데거학회 회장, 국립 창원대 인문과학연구소장・인문대학장・대학원장, 일본 도쿄대 연구원, 규슈대 강사,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프라이부르크대 객원교수, 미국 하버드대 방문학자 및 한인연구자협회 회장, 중국 베이징대・베이징사범대 외적교수 등을 역임했다. 월간 《순수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고 현재 창원대 철학과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Vom Razel des Begriffs (공저), Berlin, Duncker&Humblott
『言語と現実』(공저), 東京, 有斐閣
『하이데거—그의 생애와 사상』(공저), 서울대출판부
『하이데거—그의 물음들을 묻는다』, 생각의 나무(한국연구재단 우수저서)
『하이데거—‘존재’와 ‘시간’』, 철학과현실사
『본연의 현상학』, 생각의 나무(문체부 우수도서)
『편지로 쓴 철학사 I・II』, 아테네/에피파니(문체부 우수도서)
『시로 쓴 철학사』, 철학과현실사/에피파니(문체부 우수도서)
『공자의 가치들』, 에피파니(세종도서)
『생각의 산책』, 철학과현실사(세종도서)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철학과현실사(세종도서)
『하이델베르크와 프라이부르크의 사색일지』, 철학과현실사(문체부 나눔도서) 등이 있고,
역서로는 『현상학의 흐름』, 『해석학의 흐름』, 『근대성의 구조』, 『현상학의 흐름』, 『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 『사랑과 거짓말』 등이 있다.
시집으로는
『향기의 인연』, 생각의 나무
『푸른 시간들』, 철학과현실사 등이 있다.
‘본연’, 철학사의 거대 주제로 떠나는 여정
인간들의 지적 관심은 실로 다양하여 수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피웠다가 지곤 한다. 지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저 무수한 책들의 명멸이 그것을 확인시켜준다. 지식들은 유행에 따라 떴다가 가라앉고 왔다가 간다. 저자는 많은 것들이 유행 따라 생성하고 소멸하지만, 지지 않는 대상, 꺼지지 않는 대상, 저물지 않는 대상도 있다고 한다. 세상에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고, 변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지식이 그것을 알아주건 몰라주건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것, 학문에게는 그런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우리가 그런 것을 잘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그 너무나도 가까운 당연함, 낯익음, 익숙함, 그런 성격으로 인해 시선에서 미끄러지기 때문이며, 혹은 그 얼굴이 시대와 사회의 빛에 따라서 달리 비쳐짐으로 인해 시선을 혼란시키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쳐진 다양한 얼굴들이 곧 언어고 개념이다. 언어와 개념의 진폭은 ... ‘본연’, 철학사의 거대 주제로 떠나는 여정
인간들의 지적 관심은 실로 다양하여 수많은 것들이 순식간에 피웠다가 지곤 한다. 지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저 무수한 책들의 명멸이 그것을 확인시켜준다. 지식들은 유행에 따라 떴다가 가라앉고 왔다가 간다. 저자는 많은 것들이 유행 따라 생성하고 소멸하지만, 지지 않는 대상, 꺼지지 않는 대상, 저물지 않는 대상도 있다고 한다. 세상에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고, 변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지식이 그것을 알아주건 몰라주건 상관없이 변하지 않는 것, 학문에게는 그런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우리가 그런 것을 잘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그 너무나도 가까운 당연함, 낯익음, 익숙함, 그런 성격으로 인해 시선에서 미끄러지기 때문이며, 혹은 그 얼굴이 시대와 사회의 빛에 따라서 달리 비쳐짐으로 인해 시선을 혼란시키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쳐진 다양한 얼굴들이 곧 언어고 개념이다. 언어와 개념의 진폭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머무르는 대상은 있다. 저자는 여기서 그 ‘변하지 않는 것’의 얼굴을 ‘본연’이라는 이름으로 포착하였다. ‘본래 그런 것’, 이것은 사실 엄청난 주제로서, 존재나 로고스나 법칙이나 도나 이치나 하는 그런 거창한 주제들과 친척관계에 있다. 이것에 대한 논의는 일종의 거대담론이라 할 수 있는데, 저자는 그런 말을 여기서 풀어놓고자 하는 것이다.
보편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본연과 현상학
저자는 본연이라는 주제가 과연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인지, 그런 것은 이제 유행이 지났다고 말해야 하는지, 버려야 하는지를 절실하게 묻는다. 그러면서 이것은 의미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하며, 이런 주제는 애초에 유행과는 상관이 없다고 한다. ‘본연’은 누군가가 자기를 바라봐주기를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치 않는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바라봄에서 진정한 철학적 물음이라는 것이 자라나온다. 그러한 물음이야말로 이른바 보편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다. 그것은 인간들의 짧은 시간과 좁은 공간을 훌쩍 뛰어넘는다. 따라서 시대와 사회의 문제들은 잠시 옆으로 비켜나야 한다는 것이다. “시대와 사회의 표피적인 관심사가 꺼져버린 바로 그 지평선에서 보편의 해가 뜨는 것이다. 해는 우리가 아무리 눈을 돌려도 뜨고 있다. 아무리 우리가 눈을 감아도 해는 밝게 빛나는 것이다.” 저자는 그런 것을 진리라고도 부른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제 눈을 뜨고 함께 그것을 바라보자고 말한다. 오직 그것이 빛이기 때문이며, 그것보다 더한 이유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빛과 봄’, 그것이 철학의 기본구도이며, 바로 그것이 현상학이라고 역설한다.
‘필로소피아’에서 ‘철학’으로, 철학과 한국화와 재구축
이 책은 저자가 지금까지 발표해온 다른 글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갖는다. 이 책은 ‘누군가에 대한’ 연구가 아니고 ‘무언가에 대한’ 연구에 속하는 것으로, ‘철학 그 자체’이기를 지향한다. 따라서 이것은 ‘문제 그 자체를 향한zu den Sachen selbst’ 독자적 시선을 갖는다. 저자는 현상학으로부터 배운 핵심이 바로 이것이라 한다. 아울러 한국사회의 철학적 글쓰기는 좀 더 일찍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갔어야 마땅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누군가에 대한 연구’에 주로 매달렸고, 철학의 위기가 운위되는 지금도 여전히 그런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요청하며, 위대한 선철들의 사상을 철저히 탐구하고 이해하되, 결국은 그것을 벗어나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는 ‘그다음의 과감한 일보’가 우리에게는 늘 아쉬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시 절실이 묻는다. “우리가 철학사의 영웅들에게 배워야 할 결정적인 모습의 하나는 바로 이런 ‘고유한 시선’과 ‘영역의 개척’이 아니었을까.”
‘필로소피아philosophia’가 한국 땅에 수입되어 ‘철학’으로서 뿌리내린 지도 이미 상당한 세월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 그것이 한국화된 모습으로 재건축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한국인에 의한, 한국어에 의한 오리지널한 철학의 수립, 그러한 작업은 무엇보다도 철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의 의무이자 권리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작업을 옹호하고 촉구하는 하나의 시금석이자 이정표로서의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