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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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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마뇽 시리즈 1권. 크로마뇽 시리즈는 환경, 기후, 에너지, 질병, 의료 등 인간과 자연, 인간과 과학이 만나는 주제를 다루는 후마니타스의 과학 시리즈 이름이다. 이번 책에서는 기생충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생물들이 서로 기생 혹은 공생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크게 보면 1, 2장은 기생충과 숙주, 3, 4장은 기생충과 인간(사회)에 대한 것이다.
기생충 질환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약 몇 알로 박멸할 수 있다고 보는 기존의 관점에 이의를 제기한다. 이런 관점은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빈곤이나 정치 불안 등)를 못 보게 하거나, 기생충에게 강한 진화의 압력을 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질병 매개체를 관리하고 사람들이 위험 지역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며, 빈곤과 사회 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고, 개발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고려하는 등 좀 더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덧붙여 기생충 학자답게 기생충 자체가 갖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기생충을 통해 오랜 옛날 인류의 이동이나 생활사를 연구하는 고기생충학, 약한 말라리아로 신경매독 치료하기, 곰팡이로 해충 퇴치하기, 돼지 편충 알로 난치병인 크론병 치료하기와 같은 사례는 기생충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준다. : ‘기생충’하면 학창 시절 교실 뒤편에 모으던 채변봉투가 떠오른다. 채변 검사 후 어느 날, 선생님은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누군가에게는 일명 회충약을 나눠주셨다. 친구들이 키득키득 웃으면 약을 받아든 아이는 얼굴이 빨개졌다. 이렇게 1970년대 초등학교 시절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내게 하는 모티브인 기생충. 책을 보면서 연상을 적극적으로 하는 독자들에겐 소름이 오싹 돋을 수도 있는 기생충 이야기가 목 넘김이 좋은 술처럼 술술 넘어간다. 현재 장내 기생충에 감염된 인구가 10억 명 이상이며, 2% 포르말린 용액이나, 50% 황산용액에서도 살아남는 회충의 환경 적응력, 기생충을 직접 먹고, 피부에 감염시킬 수밖에 없었던 기생충 학자들의 놀라운, 동시에 비윤리적인 실험 정신, 사람의 똥 냄새가 고약한 것이 바로 기생충 때문이라는 것처럼 새로운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동시에 기생충을 매개로 하는 생물들 사이의 관계, 기생충과 인간의 관계, 기생충으로 바라본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접하면서 기생충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현재 우리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기생충이 열대지역이나 북한에서는 심각한 위험 요인임을 보면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사회와 사람에게로 옮겨졌다고 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외받는 생물,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희망이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듯하다.
: 시사인 <행복한 책꽂이> 2011 올해의 책으로 추천 : 진화의 달인에게 배우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동아일보 2011년 5월 14일자 - 중앙일보(조인스닷컴) 2011년 5월 14일자 - 한겨레 신문 2012년 01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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