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섭 (인천 송천고 교사) : 누구도 한 사람을 만나 얼마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그 사람을 다 파악했다 말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의 삶에는 온갖 이야기가 넓고 깊게 굽이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만남에 겸손해야 할 이유입니다. 책 읽기 또한 만남입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를 통해 뜻 깊은 만남을 나누었습니다. 만남의 뜻을 온전히 헤아리는 해외 입양아의 이야기가 깊었습니다. 늘 만나던 사람을, 거친 상황에 만난 고양이를 통해 더 깊이 만나는 가출 소녀의 이야기가 아팠습니다. 열여섯 살에 떠나보낸 친구를 유골로 다시 만나 명령과 책임을 깊이 성찰하고, 죽은 친구와의 떳떳한 만남을 위해 어렵고 괴로운 만남을 준비하는 한 교사의 마지막 수업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김수란 : 다음 문장을 읽는 것이 겁이 난다. 가출 소녀 이야기인 「고양이를 보았다」의 버려진 고양이처럼 상처 입은 아이들의 마음은 칼날처럼 서늘해 읽는 이를 베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이어진다. 절망하지 않고 소설을 완성하고, 진실을 찾아 나서며, 손을 내밀기 위해 돌아서 뛰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지만 씩씩하게, 이것이 청소년소설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