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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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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바탕이 된 문학작품을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친절하게 해설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림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책이다. 옛 그림을 감상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한시문을 자세히 풀이하면서 옛 그림의 숨은 뜻을 밝혀주고, 거기에 오늘의 시각까지 곁들여 풍성한 옛 그림 읽기를 제시하고 있다.
시문이 그림과 맺는 관계보다는 그림이 나타낸 주제에 따라 7장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마치 추리소설처럼 그림 속의 시문을 샅샅이 탐색하되, 시문의 탄생 배경은 물론 인용구의 원천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다시 화가의 마음을 진단하며 한 장의 그림이 가진 깊고 넓은 세계를 투명하게 보여준다. 책머리에 | 그림이 된 문학에서 시절의 속내를 읽다 : 언제부터인가 그림을 ‘읽는다’는 표현이 자주 쓰이기 시작했다. 그림 속을 읽는다기보다는 그림이 처한 조건과 맥락들, 즉 그림이라는 틀 바깥의 것들을 통해 작품을 보려는 시도를 일컫는다. 하지만 그림 속에 문학적 내러티브가 포함되어 있어서 정말로 그림 안쪽부터 속속들이 읽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옛 그림을 볼 때이다.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알지 못한 채, 장승업이 그린 <귀거래도> 속에서 쪽배를 타고 가는 선비의 마음을 어찌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겠으며, 이상적에게 쓴 편지글을 모른다면 김정희의 <세한도>는 그저 황량한 나무 세 그루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문학적 모티프를 품은 그림에서 글과 그림의 관계는 결코 평면적이지 않다. 글이 그림과 관계를 맺으면 무엇이 안이 되고 무엇이 바깥이 되는지 뒤섞이게 되는 것이다. 글이란 쓰일 때 이미 당대 사회와 관련하여 어떤 특정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고, 몇 세기가 지나 어느 화가가 그 글의 모티프를 끌어와 그림으로 그렸다면, 그 그림은 다시 새로운 맥락 속에 놓여 또 다른 상징성을 띠게 된다.『그림, 문학에 취하다』의 저자는 그림 속으로 파고들어온 글귀의 의미를 차근차근 끄집어내어 읽어준다. 분명 처음에는 그림의 안쪽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결국에는 그림의 바깥쪽 맥락을 아울러 읽게 되는 것이 이 책의 묘미라고 할까. 그래서 책의 제목에서 ‘취하다’라는 중의적 표현을 쓴 것이 재치 있게 들린다. 글을 취(取)해 그림을 그리고, 그러다가 흠씬 제대로 취(醉)해 버리는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동아일보 2011년 1월 29일자 - 조선일보 Books 북Zine 2011년 4월 0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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