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 청소년 문학 시리즈. 엄마가 시키는 대로 공부만 하던 모범생 수리. 그런 수리에게도 어느 순간 자신이 누구인지 도통 모르겠는 혼란이 일기 시작하고, 자기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깊은 자괴감에 빠져 하루하루 괴로운 날을 보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수리는 동물원에서 낙타 한 마리를 만나게 된다. 동물원 울타리에 갇혀서도 사막의 오아시스를 찾아 나서는 꿈을 버리지 않는 특별한 낙타 한 마리를. 그리고 그 낙타를 통해 수리의 ‘나를 찾기’가 시작된다.
소설 속 주인공 수리 주변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다.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고, 당신이 짜놓은 계획대로 자식이 움직여 주길 바라는 엄마와 진드기처럼 수리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마노와 진아 패거리들, 선물처럼 수리에게 온 친구 새나, 그리고 수리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담임 선생님 등등. 수리는 그 사람들과 함께 조금씩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 나간다.
특히,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로 인해 무기력함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와 반대로 자신을 지독히 괴롭힌 진아 덕분에 자신을 조종하는 것들과 당당히 맞설 용기를 얻게 되기도 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좋은 것이 모두 좋을 수 없고, 나쁜 것도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작가의 말
낙타 인형
그림자 울타리
떠도는 낙타
말똥게처럼
강자와 약자
또 다른 행성
사막
보이지 않는 길
울타리 안에서
낙타의 꿈
오아시스
나도 낙타가 있다
문정옥 (지은이)의 말
사막처럼 황량한 환경에서 홀로 자신과 싸우고 있을 청소년들이 생각났다. 혹시나 길을 잃었어도 외로움과 두려움에 발걸음을 떼지 못해도, 그들에게 고삐를 내어 줄 든든한 낙타가 있다면 낯선 세상에 기죽지 않고 그들이 가진 꿈 그대로 당당할 수 있을 텐데.
누군가 곤경에 빠졌을 때 사람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말을 쉽게 하곤 한다. 나이가 든 어른으로서 내 삶을 되돌아보면 분명히 맞는 말이긴 하지만, 당장 눈앞이 사막이고 절벽일 청소년들에게는 무책임한 말로 들릴 게 틀림없다.
그럴 때 그들의 가슴속에 잠자고 있는 낙타의 존재를 일깨워 줄 방법이 있을까? 어떤 사막도 함께 갈 수 있는 낙타가 내 신호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어린 후배들이 용기와 희망이라는 이름의 낙타가 어디선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다는 걸 눈치챘으면 좋겠다. 그 고삐를 잡고 언제 어디서고 당당해지기 바란다. 덧붙여 동물원의 어느 늙은 낙타 눈에 어린 슬픔도 함께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