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뉴베리 상' 수상작. 이 책은 언제나 이야기의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성경 속 '야곱'이 아닌, 신과 인간 모두에게서 소외받은 '에서'의 삶에 초점을 맞춘 성장소설이다. 아버지를 속이고도 축복을 독차지하는 야곱과 장자의 명분을 팥죽 한 그릇에 팔아넘긴 에서 이야기는 '선택받은 삶과 선택받지 못한 삶'이라는 주제를 확장시킨다. 평범하지만, 우리 삶 속의 또다른 주인공인 '에서들'에게 바치는 오마주라 할 수 있다.
<내가 사랑한 야곱>에서 사라와 캐롤라인은 쌍둥이 자매다. 동생 캐롤라인은 아름답고 재능이 뛰어나며 둘 중 항상 '더 나은' 쪽이다. 반면 사라는 캐롤라인처럼 아름답지 않고, 캐롤라인 같은 재능도 없으며, 항상 '캐롤라인의 언니'라는 그늘에 가려져 있다. 이처럼 사라는 자신의 삶 모든 부분이 캐롤라인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 못마땅하다.
하지만 사라는 캐롤라인의 재능과 가족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 게 비린내가 몸에 배고, 손이 거칠어지는 자기희생을 감수하며 게잡이를 하는 속 깊은 소녀이다. 이렇게 대비되는 캐롤라인과 사라의 삶은 성경 속 '야곱과 에서' 이야기와 닮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주인공으로 늘 전면에 등장하는 야곱 대신 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다소 비뚤어질 수밖에 없는 성격, 피해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 모든 것을 앗아가는 동생에 대한 질투…….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사라에 대한 안타까움과 신파에 가까운 연민을 느끼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사라가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 역시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야곱과 캐롤라인'이라는 적이며 질투의 대상인 타인과 나를 비교하느라, 정작 자신의 삶을 살지 못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사랑한 야곱>은 '에서와 사라' 같은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자세와 어떠한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인지 묻고 있다. 인간의 행복은 하늘로부터 받은 재능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