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빵맨의 원작자 야나세 다카시가 호빵맨을 처음 그리기 시작한 나이가 쉰 살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여유를 찾거나 몸담은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인정받는 위치에 오를 수도 있는 나이 마흔에, 야나세는 출발조차 하지 못하고 말 그대로 '우왕좌왕'했다.
호빵맨은 그림책으로 출간된 후에도 출판사 편집자나 독자들에게 혹평을 받아 바로 빛을 볼 수 없었고, 원작자의 나이가 일흔이 다 되어서야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게 되었다. 첫 번째 전성기를 일흔 무렵에 맞은 셈이다. 뒤늦게 받은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야나세는 2013년 세상을 떠나기 전 무려 아흔이 넘는 나이까지 '호빵맨' 시리즈를 총 350권이나 출간했다.
지식여행에서 출간된 <나는 마흔에도 우왕좌왕했다>는 좋아하는 일을 놓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인생을 살아간 야나세의 삶의 철학이 담긴 에세이다. 그가 긴 세월 동안 꾸준히 써온 문장들을 엮은 이 책에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영웅'이라는 독특한 수식어를 가진 호빵맨을 만들어내기까지의 이야기와 늦은 나이에 빛을 보게 된 그의 솔직 담백한 소회가 가득 담겼다. 담담하면서도 허심탄회한 그의 글은 인생의 정답을 찾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희망을 건드린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일어일문학과를 전공하고 일본계 주식회사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출판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독자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좋은 책을 만드는 데 번역가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늘 소통하며 살고 싶다. 옮긴 책으로는 《혼나는 힘》 《내가 입만 열면 왜 어색해질까?》 《언젠가 리더가 될 당신에게》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