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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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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11테러 희생자 추모식에서 당시 부통령 조 바이든이 낭송하며 전 세계인의 마음에 각인된 시 「기러기」와 퓰리처상 수상 시인으로 알려진 메리 올리버. 국내에서는 두 권의 산문집 『완벽한 날들』과 『휘파람 부는 사람』으로 독자들의 시적 허기를 단숨에 채워줬다.
평생을 자연의 한 조각으로 살아온 시인은 올해 초, 자신의 말처럼 “야생의 잡초 우거진 모래언덕”으로 돌아갔다. 건강이 악화된 뒤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삶과 글쓰기의 거점 프로빈스타운을 떠나 플로리다로 이주한 지 4년 만의 일이었다. 시대가 사랑한 시인의 죽음에 힐러리 클린턴, 오프라 윈프리, 록산 게이 등 분야를 막론한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도 입을 모아 애도했다. 마음산책에서 세 번째로 출간하는 산문집 『긴 호흡』은 앞서 출간된 두 권의 책보다 시기적으로 먼저 쓰인 글들이다. 흘러가는 계절 속 요동치는 자연의 변화를 빈틈없이 포착하고, 예술가적 자아를 유지하며 창작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어린 시절 자신을 문학소녀로 만든 “삶의 동반자들”에 대해 회고하며, ‘긴 호흡’으로 미국 현대시에 관한 이야기와 자신의 시론(詩論)을 펼쳐 보인다. 메리 올리버의 생애를 관통하는 자연과 삶, 문학에 관한 섬세한 관찰과 거침없는 통찰은 견고한 문장들을 통해 더욱 생생히 드러난다. 인간 또한 자연계의 일원이라는 인식은 “삶은 나이아가라이거나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풀잎 한 줄기의 지배자도 되지 않을 것이며 그 자매가 될 것이다”라는 압축적인 문장에서 가장 명료하게 나타난다. 미국 최고의 시인이라는 찬사를 받아온 메리 올리버의 빈자리가 여전히 크다. 아직 그를 대신해 영혼을 채워줄 반짝이는 글들을 찾지 못한 독자에게 이 책은 무엇보다 따뜻하고 풍성한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 자연의 경이를 예찬하는 그녀의 문장은 소박하지만 아주 직관적인 영성의 언어인데 그것은 메리 올리버가 아주 오랫동안 자연의 충일한 관찰자로서 광대한 자연과 우주의 질서를 그 자신의 문장, 그 자신의 삶을 통해 치열하게 실천하고 실현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어둑어둑한 박명의 순간에 한쪽 어깨에는 “막 떠오르기 시작한 해를” 얹고 또 다른 어깨에는 창백한 달을 얹은 채로 천천히 천천히 홀로 바다로 나아가는 한 사람의 영혼을 느낀다. 확신할 수 없는 삶의 조건 속에서,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는 슬픔 속에서, 반복해서 찾아드는 후회와 수치와 불안 속에서도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겠다는 굳건한 정신의 걸음. 메리 올리버의 문장은 도저한 정신으로 쓰인, 경탄할 만한 세상 쪽으로 나아가려는, 우주 본래의 긍정적인 기운에 가닿으려는 의지의 기록이다. 매일 아침 하나의 경전처럼 이 책을 펼쳐들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동아일보 2019년 12월 21일자 '새로 나왔어요' - 서울신문 2019년 12월 20일자 '책꽂이' - 한겨레 신문 2020년 1월 3일 문학 새책 - 세계일보 2020년 1월 4일자 '새로 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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