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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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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그랑프리를 두 번 수상한 일본 감독, 영화감독 이마무라 쇼헤이의 국내 첫 산문집이다. 그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41편의 산문, 오직 이 책을 위해 사흘 동안 진행된 인터뷰 전편, 그리고 그의 모든 영화를 다룬 상세한 필모그래피로 이루어져 있다.
쇼치쿠 영화사의 조감독으로 입사해 오즈 야스지로 같은 거장 밑에서 일하다 닛카쓰 영화사로 옮겨 감독 데뷔를 하고, 더 자유로운 제작을 위해 '이마무라 프로덕션'을 차려 독립하고, 후학을 키우고자 일본영화학교(지금의 일본영화대학)를 세우고 운영하기까지, 배우론, 연출론, 제작론, 교육론을 포함해 영화판에서 그가 겪은 수많은 일화가 한 편 한 편 유머와 우수를 간직한 채 펼쳐진다. 나아가 영화 바깥의 이마무라 쇼헤이도 섬세하게 보여주는데, 태평양전쟁 전후의 개인사며 추억, 그리고 전쟁이 끝난 뒤 쑥대밭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에 대한 관찰과 자신의 별별 생활법 등 따뜻하고 쾌활한 예술가의 일화들이다. 대학 시절 문학을 끼고 살았고 사실을 채집하는 데 능한 감독답게 이마무라 쇼헤이의 글은 문학과 다큐멘터리의 중간에 있어, 자신의 일들을 영화처럼 생생하게 전한다. 탁한 삶을 그리면서도 인간적 정서를 놓지 않았던 그의 영화들처럼 사람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삶에 열심이었던 현실의 이마무라 쇼헤이를 만날 수 있는 첫 책이다. 신주쿠의 벚꽃은 환상
: 2006년 칸영화제에서 <괴물>이 최초로 공개되었을 때 수많은 반응이 쏟아져 나왔지만 많고 많은 평론가와 기자 들의 그 어떤 코멘트보다 내 가슴에 강렬하게 새겨진 건 일본의 어느 나이 든 영화제작자의 코멘트였다. “이것은 마치 이마무라 쇼헤이가 만든 괴수 영화 같다.” 매우 가슴 설레고 영광스러운 코멘트였다. 이마무라 쇼헤이라는 거장의 이름은 내게 매우 큰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살인의 추억>을 준비할 때도 그의 역작 중 하나인 <복수는 나의 것>, 실제 일본 연쇄살인마의 흔적을 그린 이 괴력의 작품에서 큰 영감과 자극을 받았고, <돼지와 군함>이라든가 <붉은 살의> 등 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화들을 오랫동안 존경해왔다.
그동안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코언 형제 같은 거장들을 운 좋게 만나 영화 얘기를 나누는 행운의 순간들을 가졌지만 공교롭게도 그 자리에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님은 없었다. 그분은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는데, 그 갈증을 해소해주는 게 바로 이 책이다. 사실상 한국어로 나온, 이마무라 쇼헤이에 관한 최초의 책이다. 그분이 쓰셨던 산문과 인터뷰 등을 보니 마치 가지런히 정리된 그분의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귓속말을 듣는 느낌이다. 거장의 가장 내밀하고 개인적인 속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그의 이름을 들어보았거나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보았다면 꼭 넘겨볼 만하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2018년 9월 29일자 - 문화일보 2018년 9월 28일자 - 연합뉴스 2018년 10월 1일자 '신간' - 동아일보 2018년 9월 29일자 '150자 맛보기' - 한국일보 2018년 9월 27일자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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