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인 (시인) : 삶이라는 소우주에 절친한 것들과 무람한 것들이 넘나들며 우리를 낯설게 깨우기도 하고 친근하게 깊어지기도 한다. 먼 곳과 지척이 때로 하나의 숨결을 갈마드는 가운데 영원과 오늘 하루의 만남이 찰나적이지만 또 돈독하다. 우남정의 시편들 속에는 이런 삶을 향한 우정이 돈후하고 흩어지려는 사랑을 결속하는 눈길이 당차고 끌밋하다. 지극한 것들 곁에 날림으로 떠도는 갈마羯磨들을 다독이는 습습한 속종은 때로 우울한 듯 찬연한 슬픔의 꽃들을 품고 시과詩果를 맺어 간다.
때로 허망한 삶인데도 이렇듯 구성진 건 시도 한 몫이 있어 뵌다. 그런 서슬에 시들은 웅숭깊은 눈망울과 그렁그렁한 눈시울을 하고 불려 나와 시인과 한 몸이 되고자 한다. 불민한 일상의 미망迷妄과 허우룩함을 명민한 기꺼움으로 손 이끌어 가는 것이 우남정의 시적 마련이다. 불우한 것들에 사랑의 물조리개를 기울이는 것이 그녀의 늡늡한 속종이려니 싶다. 시르죽던 것들이 다시 깨어나 서로 숨 냄새를 맡자고 한다. 다감한 눈길이다, 겨울 우레 소리에 봄 수선꽃 봉오리가 터지듯 도처에 우남정의 눈길, 그 시음詩吟 아닌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