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효치 (시인·미네르바 대표) : 배종영의 시를 읽으면 직관으로 찾아낸 이야기들이 가슴으로 젖어 온다. 애초에 시는 논리의 소산이 아닌 상상력에 의한 창조적 세계라고 하지만 배종영의 시에서 보이는 상상의 이미지는 매우 독특하다.
가령, 자작나무 목피木皮의 문양을 “말발굽 돋았다”(「말발굽버섯」), 가새(가위)를 “틈”이나 “새”(「가새」), 철탑 사이의 전선을 “현악絃樂”(「기러기 발」)으로 보는 등 그의 직관은 매우 현란하다.
이렇게 보아 낸 사물을 직관 그대로 놓아 두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 자신의 경험과 삶의 이야기를 끌어들임으로써 시의 중량감을 높이고 있다. 다시 말해 표현의 미학적 묘와 주제 의식을 잘 조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안용석 (시인) : 배종영 시인의 눈은 섬세하면서도 예리하다. 그의 시에는 쉽게 볼 수 없는 작은 것들의 틈새까지도 놓치지 않는 힘이 있어 현실을 넘어 신화의 공간까지 환기하는 창발적 상상력으로 빛난다. 특히, 사물과 관념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바탕 위에 시적 형상화의 옷을 입힌 아이러니, 역설이 두드러져 그의 시를 읽는 동안 나는 자주 먼 산을 바라보곤 했다. 반듯한 성품의 그가 법서法書에 묻은 두꺼운 때를 위편삼절의 칼로 베어 내고 참다운 시인의 자리에 오른 지 어언 십여 년! 또다시 새로운 시의 행성을 향한, 무량한 세계 속의 사소한 것들에 대한 그의 헌사獻詞를 기대하며 큰 박수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