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물건이든 맡아주는 보관가게와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편소설. 멀어지고서야 그 가치를 깨닫는 우리 삶의 아이러니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고양이 변호사>의 작가 오야마 준코는 보관가게와 이곳을 지키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연을 생생한 묘사와 따뜻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아버지가 선물한 자전거를 가지고 찾아온 소년의 사연은 무엇일까. 이혼 서류를 맡기고 싶어 하는 여자의 속내는? 엄청난 값의 오르골을 맡기려는 비서가 사장에게 받은 명령은 어떤 것일지. 미소를 지은 채 말없이 보관가게 주인이 내미는 오래된 방석에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보면,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함의 가치를 발견하는 동시에 뭉근한 봄날의 기운처럼 따뜻해지는 가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보관증 1 어서 오세요, 보관가게입니다
보관증 2 선물 받은 물빛 자전거를 접수합니다
보관증 3 상자에 담긴 소중한 기억을 접수합니다
보관증 4 서류에 적힌 슬픔을 접수합니다
보관증 5 책 속에 담긴 죄책감을 접수합니다
에필로그 사장님 고양이와 비누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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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어서 오세요, 고양이 사장님이 기다리는 우리 모두의 보관가게에
이소담 (옮긴이)의 말
나라면 이 보관가게에 어떤 물건을 맡길지 상상해보았다. 남달리 스릴 넘치고 굴곡 있는 인생을 살진 않았어도, 잠깐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기억 한두 개쯤은 있으니까. 두 살 때부터 친구인 강아지 인형? 전 남자 친구가 사준 반지? 좋아하는 가수의 사인 앨범? 이런 물건들을 맡긴 뒤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상상했다. 홀가분할 것도 같고 쓸쓸할 것도 같았다. 그리고 다시 찾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았던 추억, 싫었던 추억, 또 현재 진행형으로 흑역사인 추억도 있지만, 내겐 모두 의미가 있는 추억들이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새삼 추억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조금 뻔한 말이지만, 내가 느낀 감정을 독자들도 느껴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