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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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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비장애 커플의 유럽 여행 분투기. 커다란 전동 휠체어를 타는 작은 여자와 두 발로 걷는 비장애인 남자 커플이 45일간 다녀온 유럽 배낭여행의 기록이다. 여행 준비과정부터 시작해 유럽 각지의 장애인 여행 정보들까지, 글쓴이들이 맨몸으로 부딪치며 경험한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물리적 제약이 많은 글쓴이들에게 유럽은 누군가 휠체어를 타고 다녀왔다는 풍문조차 들려오지 않는 미지의 세계였다. 실제로 장애인들이 선뜻 유럽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곳이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여건인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절실했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정보들을 글쓴이들은 직접 수집하고 정리했다. 전동 휠체어를 비행기에 실을 때 배터리 사진을 왜 미리 찍어두어야 하는지, 런던에서는 왜 지하철보다 버스가 편한지, 휠체어를 탄 채로 런던아이와 에펠탑에 오를 수 있는지, 베르사유 궁에서는 왜 입구가 아닌 출구로 입장해야 하는지 등등 섬세하게 정리된 5개국 10개 도시의 휠체어 여행 정보에 글쓴이들은 ‘휠링 가이드(wheeling guide)’라는 인상적인 제목을 붙여놓았다. : 책을 덮고 눈을 감았더니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의 체온과 휠이 달릴 때 울퉁불퉁한 길이 만들어내는 진동이 내게로도 전해져왔다. 아름다움과 맞닥뜨렸을 때 이들이 내지르는 탄성마저 들린다. 세상 흔하디 흔한 ‘연인’이 떠난 여행은 ‘대단’하진 않지만 애정의 밀도에는 한없이 질투가 인다. 무엇보다 이 쫄깃한 ‘여행체’는 처음 맛보는 문체라 읽는 재미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나는 그만 밥때를 놓치고 말았다. : 소설처럼 재미있고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여행 정보도 풍성하다. 이따금씩 엿보이는 그들의 연애가 애꿎게도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휠체어가 세상과의 접점인 그녀와 두 발로 걷는 그의 여행이 다른 듯 온전하게 같았단 점에서도 울림을 준다. 지금 이 순간, 여행이 간절한 누군가에게 이 책이 큰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 : 그녀의 유럽 배낭여행이 건장한 남자 친구 덕분에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연하의 비장애인 남자는 의외로 덤벙이에 로맨티시스트이며, 걸핏하면 부러지는 뼈를 가진 여자는 매사에 야무지고 단단하다. 이 책에서 어쩌면 유럽은 조연이다. 책을 덮고 나면 당신은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혼자 하는 여행은 좋다. 둘이 하는 여행은 행복 하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8년 1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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