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는 부스럼이 별것 아닌 피부병이지만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무서운 병이었다. 그래서 민간에는 '부럼'처럼 부스럼을 예방하기 위한 풍습이 지역별로 있다. 이 그림책은 그 중에서 추석 전날 밤 진도에서 있었던 옛 아이들의 풍습 '논고랑 기어가기'를 담았다.
부스럼 때문에 고민인 기동이에게 일남이는 할머니에게 들은 비법을 일러준다. "우리 할머니가 그러는데, 옷을 홀딱 벗고 논고랑을 기면 부스럼이 없어진대." 처음에는 거짓말이라고 쏘아붙이던 일남이는 기동이 형도 그 방법으로 부스럼을 고쳤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달이 휘엉청 밝은 밤, 발가벗은 기동이와 일남이는 옷을 홀딱 벗고, 논고랑을 긴다. 차가운 진흙 속에서 기는 것도 잠시 아이들은 곧 장난기가 발동해 서로에게 진흙을 던져대며 신나게 놀고만다. 얼마나 신나게 놀았던지 아이들은 부스럼에 대해 싹 잊어버리고 만다.
한지의 결을 따라 퍼지는 먹의 자유로움을 그대로 살린 그림에서 전통적인 아름다움이 흠뻑 느껴진다. 소박하고 잔잔한듯 하면서도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표정을 익살맞게 잡아내, 정적인 그림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잃어버린 자투리 문화를 어린이들에게 선사하는 '국시꼬랭이 동네' 여덟번째 권이다.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습니다. 안동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방송 구성 작가로 일했습니다. 그동안 쓴 그림책으로 《고무신 기차》, 《야광귀신》, 《눈 다래끼 팔아요》, 《아카시아 파마》, 《막걸리 심부름》 등이 있고, 저학년을 위한 창작 동화 《나팔귀와 땅콩귀》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