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민지환 작가의 단편만화집. 낯선 필명, 영화 <펄프픽션>이 떠오르는 일러스트가 장식한 『허무의 기록』에는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3부작 「현훈」 「살인자와의 인터뷰」 「최종적 형태의 가해」은 동생을 사랑하는 형의 이야기로, 동생과 형의 시점을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형이니까’ 동생을 기쁘게 만들고 싶고, ‘형으로서’ 동생을 보호하고 싶은 형의 뒤틀린 마음은 광기와 파괴로 드러난다. 무릇 형은 동생을 사랑하지만 동생은 그런 형을 사랑하지 않는다. 작가는 핏줄이라는 불가항력적인 형제 관계의 끔찍하고 아름다운 내리사랑을 그린다.
두 번째 단편 「박제가 된 천재」는 시대를 앞서간 천재 여성 소설가의 이야기다. 선망받는 뛰어난 글솜씨를 지녔지만 그의 성별이 드러나는 순간 선망은 질투와 폄하로 변질된다. 방금까지 완벽했던 나의 글이 오직 성별에 의해 물리고 뜯기고 찢어발겨지는 것은 스스로를 좀먹는 분열로 이어진다.
마지막 단편 「체네렌톨라」는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탈출하고 싶은 여대생의 이야기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씨발~ 씨발~ 하이씨발~ 얼마나 울었을까…” 욕설 섞인 동요 <신데렐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초장부터 선을 긋는다.
현훈 005
살인자와의 인터뷰 069
최종적 형태의 가해 091
박제가 된 천재 103
체네렌톨라 211
작가후기 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