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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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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문장을 차분히 쌓아올려 단숨에 폭발적인 서사를 만들어내는 작가 최은미의 세번째 소설집. “이후의 한국문학을 위한 하나의 지표”가 될 것이라는 평과 함께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여기 우리 마주」와 젊은작가상 수상과 더불어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발표 당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눈으로 만든 사람」을 비롯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쓰인 아홉 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앞선 작품들이 이미 결정된 세계에 놓인 인물을 통해 벗어날 길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억압의 정념을 그려냈다면, 십대 소녀부터 유자녀 기혼 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번 소설집은 우리가 이들에 대해 말할 때 흔히 떠올리는 일반적인 이미지에서 멀리 비켜남으로써 무엇도 고정되지 않았기에 어디로도 갈 수 있는 해방의 파토스를 이끌어낸다. 보내는 이 … 007
: 여자가 셋인데 엄마 둘에 딸 둘.
이러면 긴장하고 불안을 느낄 사람은 모두 최은미의 소설에 붙을 것이다. 아주 붙을 것이다. 최은미의 소설에 붙은 사람들은 그래서 나도 그래, 나도 알아, 그걸 알아, 라고 자기 말을 소설 곁에 적기도 할 것이고, 묻기 직전인 질문과 악몽을 입에 가둔 채 사람을 골똘히 바라보는 최은미의 여자들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할 것이다. 이 여자들 때문에 내가. 최은미 작가를 보려고 사람 모인 자리에 나가서 최은미 작가가 있느냐고 여기 와 있느냐고 묻고 다닌 적이 있다. 그를 만나 당신의 소설이 나를 어떻게 흔들었는지를 말하게 될까봐 말할 기회가 영영 없을까봐 초조했다. 나는 최은미 작가의 소설에 등장하는 찢어지고 쪼개지고 부러지고 뜯어지고 찢어지고 찢어지는, 뻔뻔하게도 찢는 이가 있어 찢어지는 여자들의 얼굴을 안다. 최은미 작가가 인근에 있는 것 같다. : 최은미가 이번 소설집에서 그려내는 다층적이고 복잡다단하고 예민한 여성들의 관계는 우리의 문학적 감수성이 새로 개척하고 있는 감정 지도의 중요한 한 단면을 드러낸다. 그 아래 여성들의 들끓는 욕망과 새로운 존재 증명의 형식이 있다. 사회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될 수 없기에 미묘한 현기증을 동반하는 이 관계는 자기 의지와 에너지를 황홀경의 상태로 끌어올리고, 끈적하고 축축한 파토스 아래 눌린 말들을 쏟아낸다. 불균질한 혼돈으로 출렁이는 이 상태는 여성을 시련의 존재나 신화적 존재가 아닌 생생한 감각을 지닌 탄력적인 존재로 되살려낸다. 최은미의 소설적 재능을 이끌어온 특유의 그 허기는 소중한 존재들의 죽음을 품고, 폭력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한 언어들을 발명해가며, 이렇게 기이하고 충만한 사랑에 이르렀다. 몸속을 휘도는 회오리바람을 견디며 최은미가 이 자리에 도달했기에, 한국문학의 촉수로 감각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영역은 새롭게 확장되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21년 6월 11일자 - 서울신문 2021년 6월 11일자 '책꽂이' - 문화일보 2021년 6월 11일자 '이 책' - 동아일보 2021년 6월 12일자 '책의 향기' - 경향신문 2021년 6월 11일자 '책과 삶' - 한국일보 2021년 6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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