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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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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클한 서사와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보는 이들을 압도하는 연상호 감독, 그리고 깊이 있는 서사와 대사에 더해 봉준호 감독이 ‘천재적인 경지에 도달’했다고 극찬한 작화로 무장한 최규석 작가가 합작한 만화 『지옥』은 1권부터 충격적인 설정과 작화로 화제를 모았다.
어느 날 서울 한복판에서 ‘지옥의 고지’를 받는 사람이 나타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는 고지 대상자에게 ‘이름, 지옥에 간다는 사실, 그리고 지옥에 가기 전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준 뒤 사라진다. 예고된 시연의 시간이 오면 어김없이 지옥의 사자들이 들이닥쳐 고지 대상자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태워 죽인다. 이 모든 것을 예언하고 해석한 사람, 정진수 새진리회 의장―그가 홀연히 사라진 자리에서 지옥, 그 두번째 세계의 문이 열린다. 새진리회 제2대 의장이 된 김정칠의 계획과 통제하에 신들의 지옥을 피하기 위해 ‘사람이 만들어가는 지옥’은 더욱 완고하게 완성되어간다. 그러던 와중에 태어난 지 이틀 된 신생아가 고지를 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신생아의 고지를 은폐하려는 자, 신생아에게 죄가 있다고 믿고 싶어하는 자, 신생아의 시연을 중계하려는 자―사람들의 욕망과 결핍, 각자의 양보할 수 없는 정의가 부딪치는 자리에서 지옥은 탄생한다. 목차가 없는 도서입니다. : 예리하고 날카로운 최규석의 그림체는 현대-한국인의 골격과 표정과 주름들을 탁월하게 묘사해내는 수준을 뛰어넘어, 그림 속 인물들이 맞닥뜨리는 불안과 공포를 우리의 뼛속까지 고스란히 전달해주는, 천재적인 경지에 도달한다. ‘신의 장난’ 또는 ‘거대한 무의미’라는 단어들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진정 압도적인 공포의 세계.
우리는 이미 연상호 최규석이 그려내는 지옥의 한복판에서 불타고 있다. : 혐오와 배타. 그 비교적 편하고 드문 감정을 이용해 편을 가르는 누군가와 쓸려가는 누군가. 그리고, 그 모두에게 마녀가 되어버린 누군가. 지옥으로의 예언이라는 ‘단순하면서도 극적인 설정’ 하나로, 책은 이 시대의 불안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심지어 재밌고 긴박하다. : 연상호의 <부산행>은 한국 사회를 횡단하는 영화이다. 최규석의 『송곳』은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찌르는 만화이다. 달려가는 것과 찌르는 것, 부드러운 선과 날카로운 선의 조합이 두 사람의 신작 『지옥』에서 펼쳐진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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