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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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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청소년 37권. 제7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허리를 다쳐 실직한 뒤 뽑기왕을 꿈꾸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웃픈’ 뽑기 역정을 함께하는 중학생 딸의 이야기가 중심축이다. 가족 문제와 노인과 같은 타자에 대한 이해를 날실로 삼고, 뽑기 기계, 힙합, 일본 만화 <원피스>와 같은 대중문화를 씨실로 삼아 한 편의 유쾌한 드라마를 그려 냈다는 평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허리 질병과 실직으로 한껏 위축되어 지내는 아빠. 앉아서 채 30분도 버티지 못하는 허리 통증 때문에 일상조차 맘껏 누릴 수 없게 되자 유통기한 지난 채소처럼 시들시들해진다. 일과는 오로지 집안일과 재활운동. 그 고단한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은 만화 <원피스>와 힙합 음악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는 딸 진서와 함께 동네 편의점 앞에서 운명처럼 뽑기 기계를 만나게 된다. 기계 안에는 진서가 흠모해 마지않는 원피스 캐릭터 피겨가 있었다. 한 판 한 판이 아슬아슬하지만, 목표물을 뽑아낼 때의 짜릿함은 청량음료 버금가는 맛. 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재미삼아 해본 것이지만, 급기야 아빠는 새로운 인생의 목표를 불태우게 되는데…. 1 뽑기맨의 탄생
: 이 소설에서 그 어느 것도 자기 이름이 없는 것은 없다. 머리가 아니라 두 눈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을 투명하게 관찰한 결과물로서의 세계와 인물이 여기 있다. 가족 문제와 노인과 같은 타자에 대한 이해를 날실로 삼고, 뽑기 기계, 힙합, 일본 만화 ‘원피스’와 같은 대중문화를 씨실로 삼아 한 편의 유쾌한 드라마를 그려 냈다. 극단적 언어와 타자에 대한 혐오로 범벅이 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를 짚어 주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 마치 대구 어디에 가면 인형을 뽑는 부녀를 곧 만날 것처럼 대구라는 지리적 공간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안정적인 문장과 디테일 때문에 이 소설에 신뢰가 갔다. 디테일이 강한 소설을 만나면 금방 마음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읽고 나를 매료시키는 소설. 그거면 된다. : 아빠의 실직으로 인해 변모되거나 해체에까지 이르는 가족의 이야기는 문학뿐 아니라 도처에 널려 있다. 실직한 가장은 대부분 그 사실을 가족에게 숨긴 채, 다른 일자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그 과정에서 처절한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 소설의 아빠는 그동안 보아온 가장들과 많이 다르다. 그 점이 이 작품에서 빛나는 부분이다. 어른이 주인공임에도 청소년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요소와 장치들을 적절히 배치해 청소년 독자와의 거리를 좁힌 점이 돋보이며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묘사가 강점이다. : 문학은 본질적으로 증여관계를 중심에 두기 때문에 남녀 간의 사랑이나 가족 문제를 많이 다룬다. 청소년소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문학상 심사를 할 때마다 기대하게 되는 것은 현대 가족 담론의 심도에 걸맞은 언어의 심도이다. 『나의 슈퍼히어로 뽑기맨』의 섬세하게 파고드는 언어는 공식적 담론을 넘어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촉수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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